글로벌 투자은행 HSBC가 중국 은행 지분에 대한 대규모 상각 처리로 시장 전망치에 한참 못 미치는 실적을 거뒀다. 연간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 이익을 거뒀지만 높은 대중 노출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주가는 큰폭으로 하락했다.
HSBC홀딩스는 21일(현지 시간) 지난해 4분기 기준 세전 이익이 9억 7700만 달러(약 1조 30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81%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연간 세전 이익은 같은 기간 78% 늘어난 303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HSBC 사상 최대 이익이지만 전문가 예상치(341억 달러)는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HSBC가 보유한 중국 교통은행(BoCom) 지분이 30억 달러 규모 상각 처리되면서 대규모 이익 손실을 초래했다. HSBC는 글로벌 은행 가운데 중국 은행 지분을 19%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HSBC는 “중국의 경제 회복이 예상보다 더딘 상황에서 중국 은행의 향후 현금흐름과 대출 성장, 이자 마진에 대한 전망을 검토한 후 지분 상각이 이뤄졌다”며 “중국 본토의 중장기 구조적 성장 기회에 대한 긍정적인 견해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HSBC의 실적과 관련해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의 성장이 둔화하면서 글로벌 은행들이 대중 노출도에 따라 어느 정도의 타격을 받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역시 대출 손실 확대 등으로 수익성에 압박을 받으며 중국 은행 지분에 대해 10억 달러 규모를 상각 처리했다. HSBC는 이날 실적과 함께 2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주당 31센트의 중간 배당금 지급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HSBC가 보유한 중국 은행과 상업용 부동산 지분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며 홍콩거래소에서 HSBC 주가는 실적 발표 후 3% 넘게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