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하루]  조선 사신에 대한 베이징의 문금(門禁)

조영헌 고려대 역사교육학과 교수


1월 25일 중국 선양 국제공항에 입국하던 한국인이 1시간가량 억류되다가 소지한 다이어리의 지도 한 장을 뜯어내고야 입국이 허락된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중국에서 제시한 문제의 소지는 한국인이 갖고 있던 다이어리의 뒷부분에 인쇄된 ‘세계 전도’였다. 지도에 대만 섬이 ‘타이완’이라고 인쇄돼 있는데 이것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배한 것이라고 문제 삼은 것이다.


유사하지만 보다 엄중한 영향을 미쳤던 사건이 1522년(중종22) 음력 2월 3일 조선 조정에 알려졌다. 사건은 1521년 11월 무렵 베이징에서 발생했다. 당시 조선에서 베이징으로 파견했던 조공 사행단 가운데 통사(通事·통역사)로 합류했던 김이석(金利錫)이 명나라의 관찬 서적인 ‘대명일통지(大明一統志)’라는 90권 분량의 지리서를 구입하다 적발된 것이다. 이를 적발한 명의 관리는 이후부터 베이징의 숙소에서 조선 사신에 대한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했다. 이를 조선 사신에 대한 명의 ‘문금(門禁)’ 조치라고 부른다.


당시 명나라는 외국 사신들이 거래하지 말아야 할 금지 물품 리스트를 마련했는데 그 가운데 ‘역사서’가 있었다. ‘대명일통지’에는 명의 영토에 대한 지리·풍속·교통로 등의 정보가 담겨 있었기에 금지 물품이 될 수 있다. 다만 이전에도 조선에서는 이 책을 비롯한 중국 역사서를 유입했던 전례가 많았기에 이번 서책 구입으로 인해 베이징 숙소의 출입 통제까지 시행된 것은 외교 관행에도 어긋나는 과도한 조치였다. 문금 소식을 접한 조선 조정에서는 사태 파악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조선에서는 조선 사신의 과도한 교역 행위 때문이거나 중국 상인들의 뇌물과 로비 때문이라는 설이 분분했다. 하지만 실상은 명 조정의 기강이 해이해지는 상황에서 문금 조치를 통해 조공국을 통제하려는 명나라의 기획 가운데 하나였다. 마찬가지로 해양 조공국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해금(海禁) 조치가 강화됐다. 내부적인 기강을 단속하기 위해 외국인을 과도하게 통제하는 것은 중국의 오랜 습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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