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률 1.0’ 국정목표인데…“데이터로 산출한 목표 아냐”

尹 ‘출생률 1.0’ 목표 잇따라 발언
소관부처 “상승세로 돌리자는 취지”
정책별 출생률과 연관성 파악해야

13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문에 폐교 사실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여러차례 공개석상에서 ‘합계출생률 1.0’을 정책 목표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소관 부처들은 그 근거가 되는 자료를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저출생 정책별로 예상 효과를 추계하는 등의 검증을 거친 뒤 목표치를 제시한 것이 아니라 출생률 하락 추세에서 벗어나자는 취지의 상징적인 의미라는 설명이다. 출생률 1.0 달성을 위해 최대 10만 명의 신생아가 더 태어나야 하는 것으로 추산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책 의지를 강조하는 것을 넘어 보다 면밀한 목표 설정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7일 KBS와의 신년대담에서 합계출생률 1.0을 처음 언급했다. 이후 13일 부산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는 “합계출산율 1.0을 회복이 우선 국정 목표”라고 강조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합계출산율을 최소한 1명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21일 서울경제 취재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물론 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등 저출생 정책 유관 부처 모두 합계출생률 1.0 목표를 정하는 데 근거가 될 수 있는 자료를 생산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계 자료에 근거해서 (합계출생률 1.0이라는) 목표를 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우선 하락하고 있는 방향을 바꿔 1.0을 향해 나아가자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1.0 달성을 목표로 하는 기한에 대해서도 “저희가 특정 연도에 달성한다는 식으로 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저출생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부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재부 관계자는 “(합계출생률 목표를 정하는) 내부 자료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 역시 “정책별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분석하는 일은 앞으로 해야할 일”이라며 “다만 당면한 상황 속에서 정책 목표를 제시할 필요가 있으니 윤 대통령이 1.0이라는 수치를 말한 것 아니겠느냐”고 답했다. 저고위도 정책 목표로 특정 출생률 수치를 산출할 수 있는 자료를 제작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통계청 장기인구추계를 살펴보면 중위추계에서 2036년께 28만 명의 신생아가 태어나면서 출생률은 1.02로 회복한다. 고위추계에서는 2031년 32만 8000명이 태어나면서 1.03의 출생률을 기록할 예정이다. 2023년 신생아 수가 23만 명을 밑돌 것으로 보인다는 것을 고려하면 약 10만 명 가까운 신생아가 더 태어나야 출생률 1.0을 달성할 수 있는 셈이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출생률이 1.0을 넘기려면 지금보다 7~8만 명의 아이가 더 태어나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과학적인 저출생 정책 목표 설정과 달성을 위해 정책별 효과를 분석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저고위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는 한 전문가는 “돌봄 정책, 육아휴직, 출산지원금 등 다양한 정책이 있는데 각 정책들이 출생률과 갖는 연관성을 파악해야 한다”며 “그래야 보다 효과적인 정책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인수 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도 ‘2023년도 저출산·고령사회 시행계획 수립 및 핵심성과지표 활용방안 연구’에서 “(저출생 정책이) 대체로 바람직하지만 내용이 백화점식으로 나열돼있다”며 “실효성 있는 정책에 집중하기 위해 출산율 관련 효과성이 검증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일부 연구기관들은 정책이나 요인 별로 출생률에 미치는 영향을 계량 분석하기도 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말 발표한 ‘초저출산 및 초고령사회, 극단적 인구구조의 원인·영향·대책’에서 △청년 고용률 △실질 주택가격 △도시인구 집중도 △육아휴직 이용기간 등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평균 수준으로 개선할 경우 출생률이 얼마나 올라가는지 회귀분석한 바 있다. 국토연구원에서도 주택가격·사교육비와 출생률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보고서를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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