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자 낙인 두려워서…" '왕따' 당할까 눈치 보며 휴학하는 의대생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KBS 화면 캡처

“이게 맞나 싶지만 휴학계 안 낼 수 없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해 의대생들이 동맹 휴학·수업 거부 등 집단행동에 나선 지 사흘째인 22일. 일부 의대생들은 의대 교육 방식과 문화, 졸업 후 취업을 고려할 때 단독행동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한다.


조별 과제, 실습 등 같이 학번 동기들과 하는 활동이 많은 편인 의대는 의사 국가고시와 본과 과목 시험 때마다 문제은행처럼 참고할 수 있는 일명 족보도 학번 차원에서 관리한다.


이런 환경 탓에 무리에서 배제되면 대학 생활에도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집단 행동에 참여할지 여부를 고민할 수 없다.


또 의대를 졸업하고도 동기·선배와의 관계가 줄곧 이어지는 점도 단체행동에 따를 수 밖에 없는 배경이다.


국립대 의과대학생인 A씨는 "예정대로 학교를 졸업하지 못할 경우 생활비 등 여러 면에서 걱정이 되지만 눈치가 보여 휴학계를 냈다"며 "전공의가 된 이후에도 지금의 선배들은 계속 중요한 존재"라고 말했다.


실제로 2020년 국가고시 거부에 참여하지 않고 시험에 응시한 일부 의대생들이 수년이 지나 전공의가 된 뒤에도 공공연히 배제 당하고 있다는 후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당시 문재인 정부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해 국가고시 응시 대상자의 87%가량인 2749명이 국시 실기시험 응시를 거부했다.


국시 거부에 참여 후 현재 사립대 병원에 재직 중인 B씨는 "국시 거부에 동참하지 않았던 일부 동기들은 배신자라는 꼬리표가 아직도 따라다닌다"며 "아무도 대놓고 말하지 않지만 같이 어울리지 않고 은근히 따돌리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후배들도 이런 분위기를 다 알 테니 집단 휴학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육부에 따르면 21일 기준 전국 40개 의과대학 중 27개교에서 7620명이 휴학을 신청했다. 19일 1133명이 휴학을 신청한 것과 합치면 누적 8753명의 의대생이 휴학계를 제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각 대학생들이 학생들의 휴학 신청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면밀이 허가 여부를 검토하고 수업 거부 등 단체활동에 대해 학칙에 따라 엄격하게 관리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고 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