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미국에서 죗값을 치르게 됐다. 함께 검거됐던 한창준 테라폼랩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재판에 넘겨졌지만 정작 결정적 주범인 권 씨는 한국에서 수사를 받을 수 없게 된 셈이다.
21일(현지 시간) 현지 매체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권 씨의 미국 송환을 결정했다. 2022년 4월 권 씨가 해외로 도피한 지 22개월,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에서 검거된 지 11개월 만이다. 검거 이후 한국과 미국 모두 송환을 요청해왔지만 권 씨에 대한 한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은 기각됐다. 법원은 “권도형이 금융 운영 분야에서 저지른 범죄 혐의로 그를 기소한 미국으로 인도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미국 송환 결정에 대한 근거는 별도로 공개하지 않았다.
권 씨의 한국행을 주장해온 현지 법률 대리인 고란 로디치 변호사는 이번 결정이 법률적 근거가 아닌 정치 외교적 관계에 기반했다며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애초에 권 씨의 송환국 결정권을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에 넘긴 것이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인 만큼 이길 가능성은 희박하다.
권 씨는 늦어도 다음 달 22일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송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권 씨의 범죄인 인도 구금은 이달 15일 종료됐지만 이와 별개로 위조 여권 소지(공문서 위조 혐의)로 선고받은 징역 4개월 가운데 형기가 약 한 달 남았기 때문이다.
최근 테라·루나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내고 권 씨의 신병 확보에 주력해온 국내 수사 당국에 변수가 생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날 서울남부지방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하동우 부장검사)는 권 씨의 측근인 한 씨를 구속 기소하고 “권 씨도 신속히 국내로 송환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추후 테라·루나 사건 재판에는 권 씨가 빠진 채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 겸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와 한 씨 등만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법무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권 씨가 미국으로 간다고) 공식적으로 통보받지 못했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