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스타'3곳…이젠 부산서도 미쉐린 스타 맛 본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부산2024
빕 구르망 15곳 등 부산 첫 선정
서울 '모수'는 국내 유일 3스타에
한식 보단 일식·양식 위주 선전
'가온' 폐업에 '라연' 재도전 실패
토종 파인다이닝 '위기감' 커져


올해부터는 서울이 아닌 부산에서도 미쉐린 1스타와 빕 구르망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됐다. 부산이 글로벌 미식 도시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발표 결과를 놓고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서울에서 지난해 2곳이던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은 1곳으로 줄었고 부산에서도 토속 음식을 내놓은 레스토랑은 힘을 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식 파인다이닝이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다.


22일 시그니엘부산에서 발표된 ‘미쉐린가이드 서울&부산 2024’에는 두 지역 도합 220개의 레스토랑이 이름을 올렸다. 통상 가을께 열렸던 발간 행사는 이번에 부산과 함께 론칭하면서 처음으로 연초로 날짜가 잡혔다. 부산은 2~3스타 목록에 등재되지는 못했지만 일식당인 ‘모리’와 양식당인 ‘피오또’ ‘팔레트’가 각각 1개의 별을 따냈다. 부산 레스토랑이 미쉐린 별을 받아낸 첫 사례다.





그웬달 뿔레넥 미쉐린가이드 인터내셔널 디렉터는 “도시의 요리는 문화를 반영하는 거울이며 요리의 변화는 그 지역의 역사를 엿볼 수 있게 해준다”며 “부산은 마치 만화경과 같아 그 자체로 미식의 여행지가 되기에 손색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부산은 항구도시기 때문에 재료가 풍부하고 다양하며 전 세계에서 유입되는 여행객 덕에 국제도시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퓨전 한식 다이닝 레스토랑 ‘모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3스타에 올랐다. 이로써 국내 3스타 레스토랑은 모수만 남게 됐다. 신라호텔 한식당 ‘라연’은 3성에 재도전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광주요그룹이 운영하던 또 다른 3스타 한식당 ‘가온’도 지난해 폐업했다.


CJ제일제당이 지난해 말 손을 떼기로 하면서 모수는 지난달 말일까지 영업하다 현재는 문을 닫고 재정비에 들어간 상태다. 미쉐린코리아 관계자는 “재오픈 예정이 없거나 너무 뒤면 제외되는 경우는 있는데 모수는 지난해 문을 오랫동안 열어놓은 상태라 방문 평가하기에 충분했다”면서 “올해는 지난해 자료를 바탕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특히 고급 한식이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모수는 기존 위치 근처에서 상반기 내 재오픈을 앞뒀지만 제일제당이 철수한 뒤 바뀐 환경에서도 3스타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번까지 일곱 번 연속 3개 별을 받았던 광주요그룹 한식당 가온도 현재 문을 닫아 이번 가이드에 등재되지 못했다. 외식 업계에서는 한식 파인다이닝을 후원했던 기업들의 애정이 식었다는 말도 나왔다.


호텔 업계 관계자는 “멜론 같은 과일 하나만 해도 껍질과 가까운 뻣뻣한 과육은 모두 버려내는 식으로 손질해야 하는 게 파인다이닝”이라면서 “이 때문에 통념과 달리 수익성과는 거리가 멀다. 이는 기업들이 파인다이닝에 시큰둥해진 이유 중 하나”라고 전했다.


부산에서도 지역 내 토속 음식을 내놓는 레스토랑들은 힘을 쓰지 못했다. 3곳의 부산 식당이 1스타에 이름을 올렸지만 외국 요리가 상대적으로 주목받았다.


이날 주요 호텔들의 희비도 엇갈렸다. 조선호텔이 보유한 2개의 식음 사업장은 1스타를 다시 따냈다. 2022년 재개장한 ‘이타닉 가든’은 미쉐린가이드 서울 2023에서 처음 1스타로 선정된 후 이번에도 별을 유지했다. ‘라망시크레’는 미쉐린가이드 서울 2021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4년 연속 1스타를 지켰다.


반면 미쉐린가이드 서울의 첫 발간 때부터 6년 연속으로 3개의 별을 받아낸 서울신라호텔 전통 한식당 라연의 재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라연은 지난번 가이드 때 2스타로 물러난 뒤 이번에도 3스타로 올라서지 못했다. 롯데호텔이 운영하는 ‘피에르가니에르 서울’도 이번에 별을 받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한식과 한국의 파인다이닝을 다시 살리기 위해서는 서비스와 마케팅 역량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영갑 KYG상권분석연구원 교수는 “외식 서비스는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이 바탕을 이뤄야 하는데 한식은 그런 점이 특히 부족하다”면서 “음식뿐 아니라 전문적 서비스 수준을 높일 수 있도록 요리 학교를 비롯한 교육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우리나라 한식 파인다이닝은 음식 중심이다. 마케팅을 하더라도 뻔해지는데 그 레스토랑만의 강점을 계속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번 미쉐린가이드에서도 ‘서비스 어워드’가 신설됐다. 이는 음식 본연의 맛뿐 아니라 서비스를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이 스페셜 어워드의 첫 번째 수상은 조선호텔 이타닉 가든에 돌아갔다. 미쉐린가이드가 밝힌 스타 레스토랑 선정 기준은 △요리의 수준 △완벽성 △셰프의 창의적 개성 △조화로운 풍미 △언제 방문해도 변함없는 일관성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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