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행동 나선 전공의 1만명 육박…정부, 위기 단계 최상위 '심각' 단계로 상향

의사 집단행동 중수본 →중대본으로 격상
한덕수 총리 오늘 중대본 회의 첫 주재
[대전협, 정책철회 일방적 주장]
병원 개원시 수익 하락 우려에
전공의, 혼합진료 금지도 반대



의료대란 사흘째인 22일 서울시 내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한 소아 응급 환자가 119 구급대에 의해 이송되고 있다. 오승현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가 22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한 의사들의 집단행동과 관련해 정부가 컨트롤타워를 중앙사고수습본부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로 격상한다. 보건의료위기 단계도 기존 '경계'에서 최상위인 '심각'으로 상향됐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오늘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대본 회의'를 주재한다고 총리실이 밝혔다.


이 회의에는 보건복지부를 비롯해 교육부, 법무부, 행정안전부 등 관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이날 위기평가회의를 열고 오늘 보건의료위기 단계를 기존 '경계'에서 최상위인 '심각'으로 올리기로 했다.


앞서 복지부는 이달 6일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발표한 직후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을 설치하고, 보건의료 위기 단계를 '경계'로 올린 바 있다. 위기 단계는 '관심·주의·경계·심각' 순이다.


전날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1일 오후 10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의 74.4%인 927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100개 병원에는 전체 전공의 1만 3000여 명의 약 95%가 근무한다. 근무지 이탈자는 소속 전공의의 약 64.4%인 8024명으로 전날보다 211명 증가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전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현명한 우리 의사들과 전공의들이 환자를 위해 하루 빨리 복귀하는 그런 결정을 내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의대 정원을 늘리는 부분은 의료 개혁의 일부분일 뿐”이라며 “형사적 책임 합리화, 필수의료 확충 등에 대해 의사들과 논의를 충분히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필수의료 패키지'에 요구안 전부 담겼는데…전공의 "구체적 내용 없다" 어깃장



의료대란 사흘째인 22일 서울시내 한 중형 종합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오승현 기자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안전수습본부’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의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은 정부가 필수의료를 살리겠다고 내놓은 ‘필수의료 패키지’에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어깃장을 놓고 있다. 필수의료를 살리자는 대의명분에는 동의하지만 정부 정책이 부족하다는 주장인데 정책 집행까지 시차를 고려하면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지적이다. 특히 정부가 비급여 시장의 의료 체계 왜곡을 막기 내놓은 혼합 진료 금지와 미용 의료 분야에 대한 시술 자격 개선 추진 등이 향후 병원 개원 시 수익 하락을 우려한 전공의들의 연쇄 이탈에 불을 붙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의료계에 따르면 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이틀 전 ‘정부는 잘못된 정책을 철회하고 비민주적인 탄압을 중단하십시오’라는 제목의 성명서에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대 정원 계획 전면 백지화 등 7개 요구 사항을 담았다. 박단 비대위원장(전 전공의협의회장)을 비롯한 전국 70여 개 수련병원 대표 명의의 성명서였다.


이들의 주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성명서의 첫째 줄에 있다. 성명서는 정부 정책이 “국민 부담을 늘리는 지불제도 개편, 비급여 항목 혼합 진료 금지, 진료 면허 및 개원 면허 도입, 인턴 수련 기간 연장, 미용 시장 개방 등 최선의 진료를 제한하는 정책들로 가득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혼합 진료’는 건강보험 급여 항목에 비급여 항목을 끼워서 진료하는 것을 말한다. 물리치료를 하면서 비급여인 도수 치료를 함께 받도록 하거나 백내장 수술을 할 때 비급여인 비싼 다초점 렌즈 수술을 하도록 하는 식이다.


정부는 혼합 진료가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고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환자의 비급여 본인 부담액은 2013년 17조 7129억 원에서 계속 증가해 2021년 30조 원을 돌파했고 이듬해 32조 3213억 원까지 불어난 상태다.


하지만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계에서는 오히려 의대 정원 확대가 과잉 진료를 유발해 건보 재정 고갈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손보험료와 건보료 모두 환자가 지불하는 비용이지만 비급여 증가를 통한 본인 부담액 상승은 거론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도 전공의들이 성명서를 통해 요구한 △전문의 인력 채용 △의료사고 법적 부담 완화 △전공의 수련 환경의 개선 등도 모두 필수의료 패키지에 반영돼 있는 내용이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내 대통령 산하 ‘의료개혁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구체적인 의사 결정이나 협의, 추가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한 과제에 대한 액션 플랜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아무리 일사천리로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환경 마련에 나선다고 해도 관련 법안 발의와 국회 통과 과정, 예산 집행 등의 절차를 생각하면 정책 발표와 실제 집행 간 시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정부가 이번 대책을 발표하며 2028년까지 10조 원 이상의 건보 재정을 투자해 필수의료 수가를 집중 인상하겠다고 밝혔지만 전공의들은 필수의료 패키지에 재정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빠져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한 라디오 방송에서 “수가를 어떤 식으로 바꿀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이번 대책에 아무 것도 없다”며 “어떤 정책을 하든지 돈 문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재정에 대한 내용이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브리핑에서 “전공의들의 요구 사항을 저희가 잘 알고 있다”며 “정책이 나가야 할 방향과 현실을 조율해 가면서 현장에서 수용한 범위로 제도 개선을 해나가겠다. 정부가 원칙을 선언하면 그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고 전공의들의 요구 사항을 수용해가며 추가적인 제도를 마련할 것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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