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서 운용하던 대공화기 중 미사일을 빼면 가장 강력한 화력을 지닌 것은 대공(기관)포 일명, ‘발칸포’를 꼽을 수 있다. 우리 군은 1970년대까지 미국이 2차 세계대전 때 쓰던 장비들 중심으로 대공포 전력을 구성했다. 하지만 1960년대에 북한군이 ‘미그 19’와 ‘미그 21’ 등 초음속 제트기 중심으로 전력을 빠르게 재편하면서 대공포로만 채우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이 때문부터 이미 대체되고 있는 ‘호크’나 ‘나이키’ 등의 미사일을 도입해 배치했지만, 여전히 미사일이 아닌 대공포는 저공 방어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대공포의 현대화가 중요한 화두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공포 현대화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건 바로 ‘20mm 발칸포’다. 1950년대에 미국이 개발한 발칸포는 원래 전투기에 탑재되는 항공 무장으로 개발됐다. 그러나 지상의 대공화기로 재설계되면서 견인형은 ‘M167’, 장갑차에 탑재된 자주형은 ‘M163’이라는 이름으로 발칸 방공체계(VADS: Vulcan Air Defense System)를 형성하게 됐다. 전방 지역의 전투 요소와 후방 지역의 중요 자산을 보호하도록 설계된 방공 무기체계다.
처음에는 미국으로부터 도입한 이후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주도해 국산화가 진행됐다. 1970년대 후반부터 국산화된 발칸포가 방공부대에 납품되기 시작했다. 1981년부터는 미국의 M167과 마찬가지로 사격통제장치 등을 부착한 국산화 모델인 ‘KM167A1’이 야전에 배치됐다. 현재는 사격통제장치를 현대의 디지털화된 체계로 교체한 ‘KM167A3’ 기종이 운용 중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는 K200 장갑차의 차체에 발칸포를 탑재한 ‘K263 자주발칸’도 전력화돼 현재도 운용 중이다. 이들 역시 현대화된 사격통제 체계를 탑재한 ‘K263A1’으로 개량돼 배치됐다.
현재 ‘KM167A3’는 육군과 공군, 해병대에서 주력으로 사용하는 20㎜ 견인대공포(발칸) 계열 무기체계다. 현재 주요 거점과 국토 여러 곳을 촘촘히 방어하는 대공화기다. 주로 저공에서 침투하는 항공기를 방어한다. 표적 거리 250~3000m에서 항공기 추적·사격이 가능하다. 표적 특성에 따라 여러 종류의 발사탄 수를 선택할 수 있다. 탄종별 자폭 거리를 고려해 3000m 이내 지상 표적 조준사격이 가능해 지상 공격도 할 수 있다.
서부영화에 가끔 등장하는 여러 개의 총열을 하나로 묶어 이를 손으로 돌려 발사하는 개틀링 포(Gatling gun)가 발칸의 ‘원조’다. 발칸은 최초 전투기에 장착하는 기관포로 태어났다. 1953년 F-104 전투기에 장착해 시험 발사한 20㎜ 기관포 ‘M61’이 처음 등장한 발칸포다. 분당 최대 6000발까지 쏟아부을 수 있는 M61 발칸은 한때 전투기에 장착하지 않은 적도 있지만 1960년대 이후 ‘F-16’·‘F-15’ 등 대부분의 미국 전투기에 탑재하는 표준 화기가 됐다.
그 성능이 입증되면서 미 육군에 의해 저고도로 근접하는 적 항공기에 대응하는 대공용으로 개조됐다. 1965년 첫 실용화됐다. 견인형 M167 20㎜ 발칸 방공체계가 그것이다. 대공용뿐 아니라 지상화력 지원용으로도 유용하게 활용된 무기 체계다.
발칸포는 19세기 중반에 개발된 개틀링 기관총을 현대화한 체계다. 6개의 포신이 회전하며 번갈아 발사되므로 짧은 시간에 높은 발사속도(분당 발사속도 3000발, 1초 최대 50발)를 발휘한다.
다른 기관총과 달리 전기 모터를 이용해 작동은 물론 격발까지 이뤄진다(탄의 뇌관이 전기식). 발사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단시간에 강력한 탄막이 형성되므로 일단 유효사거리 이내에 들어온 적기에 대해 여러 문의 화망사격이 형성되면 무사히 빠져나갈 가능성은 결코 높지 않다.
하지만 발칸포는 20mm라는 구경으로 유효사거리가약 1700~2000m로 상대적으로 짧다. 또 저가의 대공화기로 개발된 탓에 사격통제장치도 상대적으로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탑재된 레이더도 목표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육안으로 조준한 목표의 거리를 알려주는 수준이어서 방공 능력에도 분명 한계는 있다.
◇국내 대공포 장비 형태 및 도입 현황 | |
1973~75년 | M167 대공포 도입 대치 |
1977년 | M167 대공포를 K300 차량에 탑재 운용 |
1978~79년 | M167에 1.5kw DC 발전기 사용 |
1981~82년 | M167 레이더 등 부착 M167A1 개발 |
1987~88년 | K200 한국형 장갑차에 대공포 탑재 K263 배치 |
2001년 | 레이더·사거리 성능 개량한 KM167A3 개발 운용 |
장갑차에 탑재되는 자주벌컨포는 병력 수송이 주임무인 일반 장갑차에 20㎜ 벌컨포를 탑재해 적 항공기에 대한 대공방어능력과 경장갑차 등에 대한 지상전 대응능력을 갖춘 벌컨포 탑재 장갑차다. 저고도로 접근하는 항공기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된 단거리 대공무기인 것이다.
그 성능은 70㎞/h의 기동력에 유효사거리 1.5㎞로 분당 3000발을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5㎞까지 추적 가능한 고성능 레이더로 표적에 대한 사격 제원도 산출하고, 선도계산조준기에 의한 표적 정밀추적으로 저공 근접 항공기에 대한 높은 명중률을 자랑한다.
반면 견인형 발칸은 탑재 차량이 단륜이라 한국 지형에서 이동할 때 전복되는 사례가 발생해 군의 고민이 깊었다. 이에 1983년부터 탑재 차량 좌우 차축을 장축으로 교체하고, 복륜화해 안정성·기동성을 높였다. 또 미 군사원조로 들어온 M167도 국산 M167A1으로 개량하고, 사격통제장치를 전자식·IC 방식으로 개량하며 오늘날에 이르렀다.
발칸포는 견인형과 자주형에 따라 전체 무게·길이가 다르지만 9조 우선의 6개 포열로 구성된 포신은 길이 152㎝, 무게 8㎏으로 공통적이다. 분당 1000발에서 3000발까지 발사 가능하다. 조정 장치를 통해10·30·60·100발씩 점사하며 적기를 공격하는 것이 일반적 활용 방식이다.
특히 발칸포에는 미광 증폭식 야간 조준경(TVS-5)이 장착됐다. 하지만 사거리에 못 미치는 표적탐지 능력과 불명확한 영상으로 발칸포의 야간 작전운용이 제한적이었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 KM167A3에 열영상 야간 조준기를 장착했다.
이 장치 덕분에 열영상을 획득하는 열상 카메라와 획득한 영상을 전시하는 전시기로 구성됐다. 열영상 야간 조준기를 활용하면 밤에도 적기·무인기 등을 사거리 내에 진입하기 전부터 탐지해 바로 대응 공격에 나설 수 있다. 게다가 공중위협에 충분한 대응 시간을 확보하게 함으로써 대공방어 능력을 한층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군의 주력 발칸포는 육군과 유사하지만만 다소 다르다. 함대 ‘근접방어 기관포’(Close-In Weapon System·CIWS)로, 자체적인 센서와 통제시스템을 가지고 있어 감시와 추적, 표적평가, 발사, 교전판단 등을 자동으로 수행한다. 잠수함을 제외한 모든 전투함과 상륙함, 일부 지원함 등 대부분의 해군 수상함에는 이 장비가 장착된다.
미국에서 개발한 근접무기체계(CIWS) ‘Mk15 팔랑스’(Palanx)가 대표적이다. 팔랑스의 총 무게는 약 6톤으로 20㎜ 6총신의 발칸포(M61 Vulcan Gatling gun)에 사격을 통제하는 탐색 레이더와 추적 레이더를 결합한 형태다. 분당 평균 3000~4000발의 매우 높은 발사율을 자랑한다. 사거리는 약 2km에 달한다.
수동으로 조작할 수도 있으나, 자동으로 적을 공격할 수도 있다. 특히 배가 공격당해 전원이 차단되더라도 자체 전력을 이용해 끝까지 작동하는 까닭에 ‘최후의 방패’로 불리기도 한다.
레이시온이 개발한 최신 개량형인 ‘블록 1B’(Block 1B) 기종은 발사속도가 분당 3000발에서 4500발로 늘어났고, 적외선 추적장치(FLIR) 추가 장착에 포신이 길어져 사거리와 정확도가 대폭 향상됐다.
팔랑스 최초의 시제는 1973년에 미 해군 킹함(King)에서 시험평가를 받았다. 1977년 구축함에서의 운용시험평가를 거쳐 1980년 코랄시(Coral Sea)함에 최초 탑재되어 정식으로 운용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해군은 인천함, 대구함 등 유도탄호위함(FFG)에 팔랑스를 탑재해 운용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