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에 찬바람이 부는 가운데 지역주택조합 사업장들이 더욱 타격을 받고 있다. 공사비를 지급하지 못해 공사 중단 위기에 처하는가 하면, 시공사의 자금난으로 공사가 중단돼 사업장이 매각될 위기에 처한 곳도 있다.
2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광양 한라비발디 센트럴마크’의 시행을 맡은 한라비발디 광양황금택지지구 26-1블럭 지역주택조합은 최근 연 총회에서 공사비 미수금 580억 원 중 250억 원을 다음달 중순까지 시공사인 한라에 지급하는 내용의 안건을 가결했다. 이 단지는 전남 광양시에 들어서는 지하 2층~지상 최고 29층, 6개동, 772가구 규모의 아파트로, 2021년 9월 분양해 올 4월 입주 예정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공정률은 92.5%다.
준공을 코앞에 두고 논란이 된 것은 시공사가 그간의 공사비 미수금 정산과 일부 증액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한라는 지난해 12월 미수금 580억 원에 대한 정산과 공사비 143억 원의 증액을 요구하며, 조합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공사 중단까지 감행하겠다고 경고했다. 조합은 지난 16일 연 총회에서 미수금 일부를 조합원들의 선납 등을 통해 다음달 중순까지 한라에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라가 요구한 공사비 증액안이 총회에서 부결된데다, 미수금 정산을 위해서는 조합원들의 선납이나 추가분담금 납부는 물론 미분양 물량 해소 등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이 단지는 분양 당시 234가구(일반공급) 모집에 123개의 통장만 접수되며 미달됐다. 한라 관계자는 “조합과의 협의 끝에 공사비 증액분을 처음 제시안의 절반 수준인 70억 원으로 낮췄지만 부결됐다”며 “조합이 다음달 중순까지 미수금 일부를 정산하겠다고 한만큼 일단 지켜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역시 지역주택조합을 통해 공급되는 ‘숭의역 엘크루’의 상황도 좋지 않다. 인천 중구 신흥동3가에 공급될 예정이던 이 단지는 시공사의 자금난으로 지난해 봄부터 공사가 멈춘 상태다. 조합은 이후 두산건설을 대체시공사로 선정하고 추가분담금을 내는 안건을 총회에서 의결했으나, 공사 중단 기간이 길어지면서 분양보증사고 발생 현장으로 분류됐다. HUG는 최근 이 단지의 일반분양자들에게 분양이행과 환급이행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을 통지했는데, 상당수가 환급이행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급이행이 확정될 경우 HUG는 계약금 등을 일반분양자에게 돌려주는 대신 이 현장에 대한 권리를 갖게 되며, 통상 현장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회수한다. 사업장 관계자는 “조합이 HUG가 일반분양자에 대납한 계약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계속 진행하려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조합원들의 추가분담금 납부 외에는 자금을 마련할 방법이 없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여타 사업장에서도 줄줄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공사비가 연일 가파르게 상승하며 일반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에서도 공사비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여타 정비사업장 대비 자금력이 빈약한 지역주택조합은 이 같은 문제에 더욱 취약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며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는 것도 이들에게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지역주택조합은 원래도 성공 확률이 아주 낮은데 공사비는 오르고 부동산 경기는 침체되면서 상황이 더욱 나빠지고 있다”며 “착공에 들어가고 일반분양을 마친 현장에서도 문제가 터지는 만큼 유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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