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지난해 약 4조 600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한전이 3년 연속 영업 적자를 낸 것은 1961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이 기간 누적 적자는 43조 1000억 원에 달한다. 다만 지난해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2조 원에 가까운 영업 흑자를 거두면서 올해 실적 기대감을 높였다.
한전은 지난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영업손실이 4조 5691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3일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영업손실이 28조 860억 원 감소한 것으로 시장 전망치(-5조 3544만 원)와 비교해도 7853억 원가량 높다. 한전의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1조 9966억 원, 4분기 영업이익은 1조 8843억 원으로 나타났다. 한전 관계자는 “에너지 절약 캠페인 영향 탓에 판매량은 0.4% 감소했으나 요금 인상으로 판매 단가가 26.8% 상승해 전기 판매 수익은 16조 7558억 원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전이 전력 시장에서 구매하는 계통한계가격(SMP)은 2022년 196.7원/㎾h에서 2023년 167.1원/㎾h로 내린 반면 같은 기간 판가는 120.5원/㎾h에서 152.8원/㎾h로 올랐다. 한전은 국제 에너지 가격 하락에 따라 전력 구입비와 연료비가 줄어든 데다 특단의 자구 노력과 전기 요금 인상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영업 흑자를 내고 있다. 지난 정부 시절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에도 전기 요금이 동결되면서 한전은 전기를 비싸게 사와 싸게 파는 역마진 구조에 놓여 있었는데 이번 정부 들어 점차 정상화된 덕택이다. 전기 요금은 지난해 1월 ㎾h당 13.1원 인상을 시작으로 세 차례에 걸쳐 1년간 총 26.0원 올랐다.
시장에서는 한전이 올해 7조 5066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면서 2020년(4조 900억 원) 이후 4년 만에 영업 흑자를 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력 수급 기본 계획에 따르면 신규 원전과 가스로의 연료 전환, 이를 뒷받침해줄 송배전 등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향후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른 주주 환원 정책 강화 방안까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의 전기 요금 현실화 정책은 계속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