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형 당뇨요? 의사들도 안 하려고 합니다. ”
김재현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22일 서울경제와 인터뷰에서 "1형 당뇨 환자를 진료할 전문의가 턱없이 부족한 건 의사들의 무관심이 아닌 시스템 문제”라며 이 같이 말했다.
국내 의료체계에서 1형 당뇨는 소위 병원 수익에 도움이 안 되는 환자다. 품은 많이 드는데 의료사고 등의 위험은 높다보니 의료진 입장에서도 선뜻 지원하기 어렵다. 최근 사회적 화두인 필수의료 붕괴 위기와도 맞닿아 있는 문제다. 원치 않는 병에 걸려 평생 관리하는 것도 모자라 의료진을 찾아 헤매야 하는 환자들의 심정은 오죽할까.
김 교수는 “췌장 기능이 떨어진 환자들에게는 받아줄 응급실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의료진이 충분한 시간을 들여 1형 당뇨 환자를 교육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부재가 근본 원인인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 태안 일가족 사건을 계기로 1형 당뇨 환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보건복지부는 당뇨 관리기기 부담을 대폭 완화하겠다고 나섰다. 400만 원 가까이 하던 인슐린 펌프(자동주입기) 구입비용을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춘다니 얼핏 들으면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김 교수는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번 건강보험 지원 확대 대상은 환자가 다루기에 위험도가 매우 높은 ‘4등급 의료기기’로 의료진의 세밀한 교육 없이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요양급여가 아닌 요양비 방식으로 지원이 이뤄지다보니 환자가 직접 의료기기상에서 구입해 사용해야 한다. 렌탈 방식도 아니라 쓰지도 못할 고가의 기계를 구입했다가 중도 포기하는 환자들이 부지기수다. 질환의 중증도가 아닌 환자의 나이를 건보 지원 기준으로 삼은 탓에 정작 지원이 절실한 성인 환자들은 혜택조차 받지 못한다.
건강보험 재정만 낭비하고 혈당 개선 효과는 보지 못하는 악순환이 초래될까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가뜩이나 1형 당뇨 환자를 볼 전문의가 부족한데 아무런 치료·관리 수가 없이 수 차례 반복되는 교육을 시행하라는 건 병원 입장에서 거의 불가능하다”며 “인슐린펌프 등 당뇨 관리 기기에 대한 교육과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려면 관련 수가 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