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에는 벌써 매화가 피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긴 겨울을 저마다의 사연으로 이겨낸 꽃들은 아름답고 대견하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자연의 순리는 경제의 순리와도 맞닿아 있다. 우리 경제는 겨울과 봄, 침체와 극복 사이의 어딘가에 있다.
경제 현상이 자연과 다른 점은 정책적 개입을 통해 그 간극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확장성이 있는 정책과 미래지향적인 화두’는 문제를 극복하는 좋은 시작이 되고는 한다. 그간 어려웠던 우리 주식시장에 비춰보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가 바로 그런 정책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우리 자본시장 발전의 구심점으로 작동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최근처럼 주주 환원, 자사주 소각, 저(低)주가순자산비율(PBR) 등과 같은 단어가 많이 언급된 적이 있었나 싶다. 4조 원대의 자사주 소각, 기업의 재평가 등이 실제로 이뤄지며 주가도 화답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투자가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열기가 잠시의 유행이 아니라 장기적인 문화로 정착돼야 한다. 최근 제시된 여러 의견을 살펴보면 기업 지배구조 혁신, 기업·산업의 장기 경쟁력 및 자기자본이익률(ROE) 제고, 배당·상속세제 등 세제 개편, 배당성향 제고와 자사주 소각 등 주주 환원 제고, 쪼개기 상장 근절, 인수합병(M&A)·세컨더리 시장 활성화 등이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중요치를 두는 포인트에 따라 해법은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이들 이슈는 완전히 독립적이기보다는 실타래처럼 서로 얽혀 있다. 그리고 그 지향점은 같다고 본다.
이 개선안들을 확대하고 발전시킨다면 그간 고질병으로 지적돼온 만성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한 좋은 처방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지금 할 수 있는 사안부터 하나씩 실타래를 풀어가는 실천이 필요하다.
그간 한국에서 당연시된 소액주주 소홀 관행 등을 원점에서 다시 합리적으로 점검·혁파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는 기업에 부담만 주는 것이 아니라 경영 효율화·투명화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기업을 이롭게 할 것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한국 기업과 자본시장이 맞는 자리를 찾아가는 매우 합리적인 과정이며 지금은 그 거대한 흐름의 시작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 주 발표가 예정된 ‘밸류업 프로그램’은 이 정책의 핵심 트리거가 될 것이다. 이것은 신호탄이지 결코 마지막 단추가 아니다. 이를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대한 보다 큰 사회적 합의와 책임 의식이 형성·확산될 것으로 믿는다.
정부를 필두로 기업과 자본시장의 전 참여자들이 이 긴 여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가 스쳐 지나가는 구호가 되지 않도록 ‘이번에는 기필코’라는 절실한 마음으로 금융투자협회도 동참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