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대체 인력 없고 결국 구제될 거라 생각"…평생 의사로 살아온 노교수 '일침'

연합뉴스

“환자 생명은 절대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전공의들이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사직서를 제출한 것과 관련해 정영인 부산대 의대 명예교수가 이같이 말했다.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2022년까지 일하며 약 33년간 의대생을 지도했던 정교수는 21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평생 의사로 살아왔지만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의사가 많다”라며 “특히 집단행동 등을 통해 기득권을 지키려는 의사들의 태도에는 문제가 많은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의사들은 2000년 의약분업 때 집단행동을 통해 집단의 힘을 자각했다. 이후 강성으로 치우친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정부 의대 정원 확대 등 주요 국면마다 기득권을 지켰다. 안타깝게도 의사들의 이런 시도는 대부분 성공했다"고 했다.


이어 "2020년 의대 증원 때도 의대생들이 국가고시를 거부했다. 그러자 선배 의사인 대학병원장들이 나서 대리 사과하는 일이 있었다. 이를 통해 구제된 경험이 후배 의사와 대학생 등에게 각인된 것으로 보인다. '의사는 대체 인력이 없고, 결국 구제될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줘 직업윤리가 실종되는 상황까지 이른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또 "의사가 얼마나 부족한지는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다. 인구가 줄어드는 건 맞지만, 초고령 사회가 되면 의료 수요는 오히려 늘어날 것이다. 의사 수를 늘리는 건 필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정 교수가 몸담았던 부산대병원 전공의 244명도 지난 19일 대부분 사직서를 냈고 지난 20일부터 출근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2020년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의대생들이 국가고시를 거부했다. 그러자 ‘의사 선배’인 대학병원장들이 나서 대리 사과하는 일이 있었다”며 “이를 통해 구제된 경험이 후배 의사와 대학생 등에게 각인된 것으로 보인다. ‘의사는 대체 인력이 없고, 결국 구제될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줘 직업윤리가 실종되는 상황까지 부른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대규모 집단사직과 병원 이탈이 사흘째인 22일 정부에 따르면 전체 전공의 대부분이 근무하는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20일 밤까지 전공의 8816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전체 전공의 1만3000여명의 70% 가까이 차지하는 수치다. 특히 7813명은 실제로 가운을 벗어 던지고 결근한 것으로 집계됐다.


보건복지부는 지금까지 전공의 6228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고, 3377명은 소속 수련병원으로부터 명령 불이행 확인서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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