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 경영정상화 첫발…협력사도 숨통 트이나

◆채권단 4000억 지원 결의
SBS 지분 등 담보 신규 자금 투입
451억 외담대 조기 상환도 허용
신한銀, 마곡 CP4에 3700억 공급

23일 태영건설의 작업자 임금체불 문제로 골조 공정이 중단된 서울 중랑구 상봉동 청년주택 개발사업 건설 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워크아웃을 진행 중인 태영건설 채권단이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외담대) 조기 상환 허용과 4000억 원 한도의 신규 자금 지원을 결의했다. 신규 자금을 확보하게 된 태영은 금융비용 등 운영자금 확보로 유동성 위기의 고비를 넘기고 협력사들은 자금 융통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태영건설 채권단은 이날 2차 협의회를 열고 4000억 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하는 안(한도 대출)을 의결했다. 산업은행이 전액 지원하고 추후 손실이 발생할 경우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이 분담하는 방식이다. 금리는 연 4.6%, 대출 기한은 5월 30일까지다. 해당 자금에 대한 담보는 티와이홀딩스의 SBS 주식(556만 6017주), 윤석민 회장의 티와이홀딩스 주식(1282만 7810주), 윤세영 창업회장의 티와이홀딩스 주식(26만 6955주) 등이다.


아울러 채권단은 협력 업체들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가 외담대를 조기 상환하는 데 신규 자금을 우선 활용한다는 내용의 안건을 추가 의결했다. 이번에 상환하는 451억 원 규모 외담대는 태영건설 자체 자금을 사용하지만 이후에는 신규 조달한 4000억 원에서 지불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태영건설 협력 업체들은 은행에서 매출 채권을 담보로 계속해서 현금을 확보해 자금 유동성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이 밖에 건설공제조합 등이 4000억 원 규모의 신규 보증서 발급을 지원하고 ‘워크아웃 건설사 MOU 개선 가이드라인’에 의거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주단이 참여하는 운영위원회를 구성하는 내용의 안건들도 추가로 의결했다. 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모든 의안이 가결됨에 따라 워크아웃 수립 시까지 부족 자금 대응과 영업 활동 지원으로 태영건설의 원활한 경영 정상화 추진이 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규 자금을 조달하면서 태영건설도 숨 가쁜 유동성 확보전에서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태영건설은 최근 블루원이 보유하고 있는 용인CC와 상주CC를 1400억 원에 유동화하는 등 현금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5월 기업 개선 계획 수립과 이행 약정 체결 전까지는 협력 업체 공사 대금 등 운영자금을 태영건설이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발주처 미수금 등으로 자금 미스매치가 발생할 경우 일시적으로 자금이 부족해질 우려가 있어서다.


아울러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에코비트도 시장의 이견이 커 난항이 예상된다. TY홀딩스는 전체 기업가치로 3조 원 이상을 바라는 반면 최근 시장에서는 1조~2조 원이면 충분하다는 시각이 맞서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한도 대출의 상당 부분은 금융 비용으로도 지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사비가 크게 오르면서 대부분 사업장에서 추가 자금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서울 마곡지구 CP4 개발 사업이다. 마곡역 인근 마이스(MICE)복합단지 특별계획구역인 CP4 블록에 지하 7층~지상 11층, 연면적 약 46만 ㎡ 규모의 오피스 및 복합 시설 ‘원웨스트 서울’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태영건설의 PF 사업장 중 규모가 가장 크다. 현재 대주단에서는 3700억 원의 추가 자금 지원에 대해 연 8.5%의 고금리를 요구한 상태다. 기존에 빌렸던 PF 자금보다 무려 3~5%포인트 높다.


문제는 이 같은 사업장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한국건설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말 121.80이던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해 말 153.26으로 3년 새 25.8%나 뛰었다. 건설용중간재물가지수 역시 같은 기간 106.4에서 144.2로 35.6% 급등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시멘트 등 자재 수급난이 반복되면서 공사비 부담은 더욱 커졌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