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살 된 아이유, '더 위닝'에 꽂은 새로운 책갈피 [허지영의 케해석]  

전곡 '줄 세우기'…여전한 음원 강자
BTS 뷔·탕웨이 등 화려한 라인업
30살 첫 앨범 "'꽃' 아닌 '홀씨' 되고파"


주목할만한 케이팝 아티스트, 가요 담당 허지영 기자가 케-해석 해봤습니다!



가수 아이유(IU)의 신보 '더 위닝(The Wining)'이 지난 20일 발매됐다. 2년 11개월 만의 신보다. 더블 타이틀곡은 '쇼퍼(Shopper)'와 '홀씨'다. 이번 앨범은 화려한 참여진과 아이유의 음악적 성장을 함께 볼 수 있는 다채로운 앨범이다. 원로 가수 패티김부터 배우 탕웨이 등 장르를 불문한 유명인이 특급 라인업으로 힘을 보탰다. 아이유는 올해 서른이라는 나이를 상기하며 이 앨범을 만들었다. '꽃'을 기다리던 15세 소녀가 30살이 되어 '홀씨'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유 신보 '더 위닝' / 사진=이담엔터테인트

◇줄 세우기, 화려한 라인업...'음원 퀸'의 귀환 = 우선 앨범 성적은 출중하다. '음원 퀸' 아이유답게 발매일부터 전곡이 국내 음원 차트에서 '줄 세우기'에 나섰다. 앨범 발매 직후 타이틀곡 두 곡 '쇼퍼'와 '홀씨'를 비롯해 수록곡 '쉬(Shh..)', '러브 윈즈 올(Love wins all)', '관객이 될게'까지 전곡이 멜론 '톱100', '핫100' 1위와 상위권에 올랐다. 지난달 24일 발표된 선공개곡 ‘러브 윈즈 올'은 약 한 달 째 멜론 '톱100' 부동의 1위로 자리하고 있다.


음원 성적만큼이나 화려한 라인업이 눈에 띈다. '러브 윈즈 올'에는 방탄소년단 뷔가 출연해 아이유와 호흡을 맞췄다. 이 뮤직비디오의 감독은 넷플릭스 시리즈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엄태화다. 수록곡 '쉬'에도 국적과 장르, 연령을 가리지 않고 유명인이 출동했다. 글로벌 배우 탕웨이가 뮤직비디오에 출연했으며, 뉴진스 혜인과 롤러코스터 조원선이 피처링에 참여했다. 스페셜 내레이터로는 원로 가수 패티김이 힘을 보탰다. 소속사에 따르면 아이유는 미국에 있는 패티김에게 내레이션을 부탁한다는 편지를 써 보냈고, 패티김이 흔쾌히 응했다고 한다.



아이유 신보 '더 위닝' 수록곡 '쉬..' 뮤직비디오 티저 / 사진=이담엔터테인먼트

아이유 신보 ‘더 위닝’ 수록곡 '러브 윈즈 올' 뮤직비디오 / 사진=이담엔터테인먼트

◇스물셋, 팔레트, 그리고 아이유가 들려줄 '30살' = 아이유는 본명 '이지은'에서 착안한 '이지금'을 서브 예명으로 내세운다. 동명의 곡과 유튜브 채널명 등에 사용되고 있다. 그만큼 아이유의 음악에서 '지금'이라는 시기는 중요하다.


아이유의 '나이' 시리즈는 2015년 발매된 '스물셋', 2017년 발매된 '팔레트', 2020년 발매한 '에잇'으로 이어진다. '스물셋'에서는 실제로 23살이었던 아이유의 고민과 방황이 고스란히 가사에 담겨 있다. '팔레트'와 '에잇'에서는 각각 지드래곤, 방탄소년단 슈가와 협업해 25살, 28살에 느끼는 감정을 곡에 담았다. '한 떨기 스물셋 좀 아가씨 태가 나네 / 다 큰 척해도 적당히 믿어 줘요', '난, 그래 확실히 지금이 좋아요 / 아냐 사실은 때려치고 싶어요'('스물셋'), '긴 머리보다 반듯이 자른 단발이 좋아 하긴 그래도 좋은 날 부를 땐 참 예뻤더라'('팔레트'), '뭐 그대로야 난 다 잃어버린 것 같아 모든 게 맘대로 왔다가 인사도 없이 떠나'('에잇') 등 곡들은 솔직하고 직설적인 가사로 동시대를 살아가는 또래의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아이유 신보 '더 위닝' / 사진=이담엔터테인트

이번 앨범은 아이유가 30대에 들어선 후 처음 발매하는 앨범이기도 하다. 나이와 시기를 중요시하는 그에게 '더 위닝'은 귀중할 수밖에 없다. 그는 이담엔터테인먼트가 공개한 인터뷰에서 "30대는 딱 나랑 잘 맞는 나이인 거 같다. 10~20대에는 느끼지 못했던 편안함과 쾌적함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되게 30대에 오래 머물고 싶다"며 "원래 딱 서른이 되면 책갈피를, 나이 갈피를 꽂고 싶었다. 20대에 해오던 메시지랑은 확실히 또 확 다른 얘기들을 지금 30대가 돼서 꺼내는 것이기 때문에, 이거 자체가 30대에 갈피를 꽂는 작업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아이유 신보 '더 위닝' / 사진=이담엔터테인트

30살이 된 아이유가 새로이 꺼내든 메시지는 '승리'다. 아이유는 "30대에 접어들며 나다운 승부욕이 재점화됐다고 생각한다. 20대 중후반에는 (승부욕이) 없었다. 변화한다고 생각했지만 30대 들어 또 새로운 승부를 하고 싶은 것 보니 나는 별로 변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나는 역시 승부가 재밌고, 이기는 게 재밌어, 라는 생각을 하며 준비했다. 거의 매일 매일이 그런 승부다. 내가 짠 내 계획과의 승부. 내가 진짜 해낼 수 있는지, 과거의 내가 짜놓은 계획과 한판승을 하는 매일을 보내고 있고, 매일 매일 이기고 있다"며 웃었다.



아이유 신보 '더 위닝' / 사진=이담엔터테인트

◇'꽃이 될 필요는 없잖아' 아이유가 전하는 '홀씨의 용기' = 아이유의 이번 앨범은 그가 앞으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30대를 맞이할지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앨범이기도 하다. 20대의 아이유는 나이와 함께 '꽃'에 대한 노래를 많이 했다. 2017년 발매한 리메이크 앨범 제목은' '꽃갈피'로 지었고, '팔레트'에서는 그저 '나'일 때 아름다운 꽃잎이 핀다는 가사를 노래하는 등 그는 나이를 먹어가는 과정, 나를 사랑하는 과정, 나를 인정하는 과정을 '꽃'과 '개화'에 빗대어 노래해 왔다.



아이유 신보 '더 위닝' / 사진=이담엔터테인트

그러나 아이유는 30살이 된 지금, '꽃'을 내려놓고 '홀씨'로 돌아갔다. 타이틀곡 '홀씨'에 대해 아이유는 '그 애는 꽃이 아닌 홀씨로 살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20대의 아이유는 '모두가 꽃이다'는 믿음으로 아름답게 피어날 미래를 노래했다면, 30살이 된 지금은 모두가 꽃이 될 필요도 없고, 모두가 화려하게 살지 않아도 괜찮으며, 홀씨로서도 완전해질 수 있다는 깨달음을 노래했다. 곡에서는 홀씨가 가벼운 몸짓으로 퍼지는 이미지, 타인과 자신에게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이미지가 떠오른다. '혹시 나의 안부를 묻는 누군가 있거든 전해줘 / 걔는 홀씨가 됐다구 / 날 따라, gonna go to win / 날 따라, 날아가 꼭대기루 / You say '후' / I may fly'.



아이유 신보 '더 위닝' / 사진=이담엔터테인트

아이유는 '홀씨'를 두고 "나는 어릴 때는 어떤 꽃이든 간에 내가 꽃으로 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30대가 돼서 모두가 꼭 꽃이 되는 건 아니구나, 진짜 화려하게 꽃피우는 꽃이 될 거라고 생각했던 시간 자체가 부정당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고, 꼭 꽃으로 피어나는 게 결말이 되는 건 아닐 수도 있겠다, 안 그런 삶도 있을 수도 있겠다, 그런 것에 대한 생각을 좀 했다"며 "그러면 씨로 살기로 한 이 시점에서, 어떻게 멋진 씨로 살 것인가를 새로 재정비하고, 그런 포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쇼퍼' 역시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홀씨'들의 욕망을 긍정하는 곡이다. 아이유는 '쇼퍼'에 대해 "요즘은 점점 더 자신의 욕망과 욕구를 감춰야 하는 시대인 거 같다. 아이들의 꿈마저 현실적으로 바뀌고 있음에 충격을 받았고, 어른들도 점점 더 퍽퍽해지는 것 같다. 나조차도 점점 더 실현 가능한 계획만을 세우고, 내가 이 이상 더 원하는 것들, 더 이루고 싶은 것들이 생길지라도 내가 스스로 자제하게 되더라. 그런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30대가 되며 들더라며 "꿈꾸는 것만큼은 색채가 팡팡 터지길 바란다. 누군가 '욕심쟁이 같다', '괴짜 같다'고 말해도 당당하게 욕망하자, 이런 이야기를 대중에게도, 나에게도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