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낙관론에 힘입어 23일(현지시간) 장중 시가총액 2조 달러(약 2660조원)를 돌파했다. 월가에서는 결국 엔비디아가 시총 1위 마이크로소프트(MS)마저 제치고 왕좌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엔비디아는 이날 뉴욕증시에서 개장 초 전장 대비 4.9% 오른 823.94달러를 고점으로 기록하며 시가총액 2조 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 6월 시총 1조 달러를 넘어선 지 단 8개월 만이다.
이 같은 상승세는 미국 기업 중 가장 빠른 속도이자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1조 달러에서 2조 달러에 도달하는 데 걸린 기간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다만 엔비디아는 이후 상승폭을 줄이면서 0.36% 오른 788.17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시총도 1조9700억 달러로 2조 달러 아래로 내려왔다.
엔비디아는 전날 깜짝 실적을 바탕으로 주가가 16.4% 폭등, 시총을 하루새 2720억 달러(약 361조 원)을 불리기도 했다. 하루 증가분이 넷플릭스(2525억 달러)의 시총을 넘는다.
이는 역대 하루 만에 가장 많은 시총 증가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이달 초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의 하루 증가분(1970억 달러)을 능가했다.
현재 미국 상장기업 중 시총이 2조 달러를 웃도는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3조490억 달러)와 애플(2조8180억 달러)이 유일하다.
전 세계적으로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기업 아람코(2조650억 달러)까지 3곳 밖에 없다.
엔비디아는 올 들어서만 주가가 59% 급등했다. 이날도 주가가 상승하면서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20대 부호 반열에 진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Bloomberg Billionaires Index)에 따르면 전날까지 황 CEO의 자산 순위는 전 세계 21위(692억 달러)로, 20위인 석유 재벌 데이비드 코흐의 미망인 줄리아 코흐(가족·693억 달러)과는 불과 1억 달러 차이였다.
월가의 AI 전문가들은 엔비디아가 만드는 AI 전용칩 수요가 엄청나다며 결국 MS를 꺾고 시총 1위에 등극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전망하고 있다.
젠슨 황 CEO도 지난 21일 실적 발표에서 “AI가 수조달러 규모의 투자 물결을 일으키고 있으며 이를 통해 향후 5년 안에 전 세계 데이터센터 규모가 두 배로 늘어나 엔비디아에 엄청난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전날 엔비디아 주가의 폭등으로 엔비디아 주가 하락에 베팅한 공매도 투자자들이 총 30억달러(약 4조원)의 평가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시장 일각에선 엔비디아의 주가가 고평가돼 있다며 4분기 실적 발표가 시장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주가가 폭락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엔비디아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65%, 총이익은 769% 급증하며 모두 시장 예상을 뛰어넘었고 올해 1분기 실적 라이던스도 월가 전망을 능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