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안 떠나…환자들 불안해 말라” 외과교수의 호소

■ 김성근 의협 비대위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여의도성모병원 교수) 인터뷰

김성근 여의도성모병원 외과 교수. 사진 제공=여의도성모병원


“의대 교수들이 진료를 중단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대학병원 교수들이 환자 곁을 지키고 있으니 당장은 불안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김성근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외과 교수는 24일 서울경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전공의들의 공백으로 수련병원 곳곳에서 진료 차질이 빚어지고 있지만 암환자 등 위급한 수술은 전부 소화하고 있다”며 “최대한 버텨볼 테니 안심하시라는 말을 꼭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흔히 개원의사들의 단체로 알려진 대한의사협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비대위 위원으로 활동하면서도 전공의들이 떠난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밤새워 당직을 서고 외래진료와 수술을 소화한다. 기피과의 대명사격인 외과에서 수십년간 현장을 지켰기에 누구보다 필수의료 붕괴 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이날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긴급 성명을 내고 필수 불가결한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김 교수는 “보건의료재난 위기경보가 최상위 수준으로 격상되고 전임의, 교수들마저 의료 현장을 떠날 것이란 말이 돌면서 실제 위험보다 상황이 부풀려지는 경향이 있다”며 “환자들의 불안감을 잠재우는 게 시급하다는 판단 아래 의대 교수들이 급히 성명서를 낸 줄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의대 교수와 병원 소속 의사를 함께하는 ‘겸직 해제’를 고민한다는 보도에 대해 “일부 의견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성명서에 적힌 대로 “현 의료 비상사태를 해결하고자 최선을 다하겠다”는 게 대다수 교수(전문의)들의 마음이라는 것이다. 성명서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언급한 데 대해서는 “의대 교수들이 보건복지부와 협상을 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긴장완화의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라며 “전공의들과 접점을 가진 사람들로서 그들이 돌아오도록 달래고 설득해야 한다는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다만 김 교수가 예상한 마지노선도 그리 길지 만은 않았다. 전공의들의 이탈로 남은 의료진들의 업무강도가 3~5배 가량 높아진 데다 3월에 들어올 예정이었던 전공의들이 대거 계약을 포기한 만큼 길어야 일주일 정도가 한계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전공의들이 떠난 데 대한 환자들의 분노를 이해한다”면서도 “전공의 사직과 의대생 휴학은 깊은 절망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들이 현장을 지키면서 반대의 목소리를 냈더라면 사회가 관심을 가졌을지 생각해 봐달라”고 요청했다.


의대 교수들은 환자들의 어려움 못지 않게 전공의들이 움직일 수 밖에 없었던 상황에 공감하고 있다. 이들이 정부를 향해 전향적 태도를 보여달라고 호소하는 것도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갈등이 장기화할수록 그 파장은 길어진다. 당장 3월에 들어올 예정이었던 전공의들이 대거 수련을 포기했다. 이는 향후 전문의 배출 뿐 아니라 군의관, 공보의 자리에 공백이 생기는 연쇄 반응을 초래한다. 단순히 1년치 공백이 아니라 최소 5년, 혹은 그 이상 타격이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내년부터 의대 정원을 늘려도 2031년에나 첫 졸업생이 나올 수 있다. 필수의료체계 보강 효과를 보려면 최소 10년은 걸린다”며 “5배 많은 전공의들을 병원 밖으로 내몰아 놓고 의대 정원을 단번에 2000명 늘리는 게 무슨 소용 있겠느냐”고 씁쓸해 했다. 그는 전공의들 중에서도 환자 곁에 돌아오고 싶어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만큼 정부가 조금만 유연한 입장을 취한다면 의료 대란을 막을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지금은 의대 증원 규모를 놓고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는 대신 젊은 의사들이 필수 및 지역의료로 가게 할 수 있는 ‘분배’의 문제를 고민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다.


김 교수는 “필수의료를 살리자는 목표가 같으니 답을 찾을 수 있지 않겠느냐”며 “양측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도록 정부가 조금만 더 전향적 태도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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