⑮분양권 과세(상)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분양 아파트 ‘줍줍’한다는 부동산 기사가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완판(100%분양)되지 않아 선착순 분양하는 것은 부동산 경기 냉각을 반영한 것인데요, 관련 기사를 보면 ‘주택 수’에서 제외된다는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미분양 아파트의 주택 수 제외는 세법상 주택 수 제외와는 완전히 별개의 개념입니다.
미분양 아파트는 ‘주택법’상 주택 수에서 제외되는데요, 이때 주택 수 제외는 청약통장과는 무관해 다른 신규 분양 아파트 청약을 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반면 세법(양도소득세)상 주택 수 제외는 1주택 비과세와 일시적 2주택 비과세, 다주택 중과세를 판정할 때 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개념입니다. 또 지방세도 반영됩니다. 분양권의 취득세는 등기(주택 완공)때까지 부과되지 않지만 해당 세대의 주택 수에는 분양권을 주택 한 채로 가산한다는 것에 주의해야 합니다. 가령 1분양권 보유자가 조정지역 아파트를 취득하면 2주택 중과세 취득세율 8%가 적용됩니다. 따라서 미분양 아파트를 ‘줍줍’하거나 분양권을 전매로 취득할 때는 추후 양도세와 취득세 같은 세금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 낭패를 보지 않습니다.
분양권의 양도세 문제는 분양권 자체를 처분할 때와 분양권으로 취득한 주택(분양권의 주택 완공)을 처분할 때, 그리고 유주택자가 분양권을 추가로 취득한 뒤 주택을 양도했을 경우를 구분해서 생각해야 합니다. 특히 주택과 분양권을 동시에 보유한 상태에서 주택을 팔 때 비과세 요건을 충족하는지를 고려하는 것이 뜻하지 않은 세금을 피하는 길입니다. 또 무주택자가 분양권으로 취득한 주택은 분양대금의 잔금 납부일 또는 등기접수일 가운데 빠른 날부터 2년을 보유(조정지역 취득분은 2년 거주)해야 비과세됩니다.
분양권을 준공 이전에 처분하면 세율 최대 77%의 중과세 폭탄이 떨어집니다. 분양권이 세금 폭탄을 맞기 시작한 건 2020년 ‘7·10 부동산 대책’ 때문 입니다. 이후 관련 법령 개정으로 분양권은 2021년 양도분부터 주택 수에 반영됐습니다. 가령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한 상태에서 분양권을 취득하면 3주택 보유자로 과세한다는 것입니다. 또 지방세인 취득세 역시 2020년 8월부터 분양권을 주택 수에 반영했습니다.
2021년 6월부터는 분양권 처분 때의 양도세 세율도 대폭 인상됐습니다. 분양권 양도세율은 △1년 미만 보유 70% △1년 이상일 때는 60% 입니다. 여기에다 지방세10%를 가산해야 하므로 실제 세율은 77%와 66%에 이릅니다. 무주택자가 분양권 1개를 보유하다 팔면 1세대 1주택 비과세 대상이 아니라 무조건 중과세 대상이 됩니다. 분양권은 규제지역 여부와 주택 보유 수와 상관없이 무조건 보유 기간에 따라 단일 세율로 중과세 합니다.
다만 오피스텔 분양권은 과세 대상이 아닙니다. 오피스텔은 원칙적으로 주거 용도로 사용할 경우 주택의 범위에 포함되지만 완공 이전에는 주거 용도인지 업무 용도인지 불분명해 분양권 상태에서는 ‘주택’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1주택 보유자가 오피스텔 분양권을 처분할 때도 중과세를 적용하지 않습니다. 참고로 오피스텔은 업무 용도로 지어진 것임에도 주거용으로 전용하면 실질과세원칙에 따라 주택으로 간주해 과세 대상입니다.
분양권의 취득 시점은 자칫 헷갈릴 수 있습니다. 분양권은 최초 분양계약자의 입주 권리 외에도 해당 권리를 매매 또는 증여·상속 등으로 취득한 것을 포함하는데요, 취득 유형에 따라 취득 시점도 다릅니다. 온라인 부동산 카페에서는 분양권의 취득 시점을 ‘계약일’로 잘 못 소개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는 취득 유형에 따른 차이를 감안하지 않은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최초 분양 때 당첨으로 분양권을 보유한 경우 취득 시점은 계약일이 아닌 ‘당첨일’입니다. 미분양 아파트를 줍줍한 경우에는 당첨 사실이 없으므로 ‘계약일’이 됩니다. 또 전매한 분양권의 취득 시점은 일반 주택처럼 잔금 납부일입니다. 단 며칠 차이로 1주택 비과세 혜택을 받지 못할 수 있음으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분양권도 일시적 2주택 비과세 혜택이 적용됩니다. 단 1주택(선취득)+1분양권(후취득) 보유자가 주택을 양도할 경우에 한 합니다. 예컨대 A주택 소유자가 ① A주택 매입 후 1년 지나서 B분양권을 취득하고 ② A주택을 분양권 취득 후 3년 이내에 처분하면 비과세 요건에 해당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새 집이 3년 만에 완공되지 않는다면 종전 주택을 팔기도, 이사도 가기도 어렵게 됩니다. 이런 난감한 처지를 구제하는 제도가 있습니다. 이른바 ‘종전 주택 처분시한 3+3 특례’입니다.
이 특례는 분양권 취득 후 3년 이내 처분하지 못하면 주택 완공 후 3년까지로 연장해 주는 제도입니다. 특례 요건은 다음 세 가지를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①분양권으로 취득한 주택이 완성된 후 3년 이내 해당 주택에 세대원 전원이 이사해야 하고 ②최소 1년 이상 ‘계속’ 거주해야 하며 ③주택 완공 후 3년 이내에 종전 주택을 처분해야 비로소 일시적 2주택 비과세가 적용됩니다. 납세자 입장에서는 요건만 충족하면 분양권 취득 시점부터 최대 6년간 종전주택 처분 시한을 확보하게 되는 것입니다.
분양권은 어떤 이유든 주택 완공 이전에 처분하면 세 폭탄을 부르는 애물단지가 될 수 있습니다. 분양권 보유자는 가능한 한 주택이 완공될 때까지 최대한 버티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1주택+1분양권 보유자로선 다주택 중과세 유예 기간(2025년 5월29일)과 이달 말 국회 통과를 앞둔 실거주 의무제(강남3개구+용산구 적용) 완화 조치(주택법 개정안·입주 후 3년까지 유예)를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다음 <16회>에서는 분양권 과세 하편으로 헷갈리기 쉬운 ‘1주택+1분양권 비과세 특례’를 유권해석 중심으로 사례별로 알아보겠습니다. 이 특례를 제대로 활용하면 세금 한 푼 안 낼 수 있지만 매수·매도의 순서를 바꾸면 자칫 77%의 중과세 폭탄을 맞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