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서울대병원서 교수-전공의 긴급 회동…집단행동 향방 정해질듯

서울의대교수협 비대위 조직 후 전공의 포함 첫 대면 만남
정진행 비대위원장, 정부에 협의체 구성·전공의 보호 요청

의료대란 사흘째인 22일 서울시 내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한 소아 응급 환자가 119 구급대에 의해 이송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서울대병원 교수들과 전공의들이 내일(26일) 오전 긴급 회동을 갖는다.


25일 서울의대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이들은 26일 오전 7시 30분 서울대병원 본원에 모여 의대 증원 관련 대응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17일 꾸려진 서울대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와 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 분당서울대병원에 소속된 전공의들이 참여한다.


정부가 오는 2025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의대 입학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하고 이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대거 집단 사직서를 제출한 이후 첫 대면 만남이다. 이날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된다.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번 주말을 골든타임으로 규정하고 “정부가 교수들과 대화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를 전국 단위로 확대해 연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전국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비대위가 꾸려졌고, 전국 의대 교수들이 연대해 집단행동 등 대응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대 소속으로 병원 진료를 병행하고 있는 몇몇 겸직 교수들 사이에서는 병원 파견을 포기하고 환자 진료를 하지 않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논의에 따라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를 비롯해 서울대병원 본원과 보라매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소속 의료진들의 집단행동 향방이 정해질 공산이 높다.


정진행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분당서울대병원 병리과 교수)은 25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3일 보건복지부 차관과의 회동에서 상호 상황을 공유하고 갈등 상황을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데 이해와 공감대를 넓혔다"며 "저를 포함한 서울의대 교수들은 학생과 전공의들이 국민 겅강을 지키는 필수의료 현장에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전공의들이 복귀하려면 그들을 범죄자로 몰아 처벌하겠다는 반민주적 발언을 해서는 안된다고 (복지부에) 요청했고 긍정적인 대화가 오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의대 증원을 비롯한 의료체계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 의대 교수들과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며 "정부 정책에 반발해 사직한 전공의들에 대한 과도한 위협을 자제해달라고도 재차 당부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정 교수가 25일 개인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공개한 입장문 전문.


지난 월요일 난생 처음으로 비상대책위원장이라는 직책을 맡은 후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그간 강의실과 연구실, 그리고 병원에서는 겪어보지 못한 일들을 맞으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의 해결에 도움을 주시겠다고 연락해 오셨던 정치인 여러분들에게 일절 답하지 않았던 점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다른 목적 없이 오로지 제자들을 지켜야 한다는 저희의 움직임이 혹시라도 정치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질까 우려했던 것입니다.


사태를 정확히 알리기 위해 노력해주시고 계시는 언론사 관계자 여러분들께도 감사 드리고, 여러 경로를 통해 좋은 말씀을 주신 의료계 관계자, 교수님, 그리고 스스로의 판단으로 움직이고 있는 학생 및 전공의 여러분께도 감사드리면서 말씀 드립니다.


이미 언론을 통해 알고 계시겠지만 지금의 상황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으며, 며칠 내로 뭔가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는다면 국민의 건강, 특히 중증의료를 거의 전담하다시피 하고 있는 대형병원들은 급속히 마비상태로 들어갈 수 밖에 없습니다. 국민건강을 위하여 저희는 의사가 되었으며, 또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학교와 병원이 기능을 상실한다면 저희 또한 존재가치가 없어집니다.


그래서, 이제 한걸음 더 나아가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제안하게 되었습니다.


먼저 국민여러분께는 죄송하다는 말씀과 함께 너무 걱정하실 상황은 아직 아니라는 말씀부터 드리고 싶습니다. 이번 사태로 인하여 깊은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스럽습니다만, 아직 중증환자의 진료를 위한 최소한의 시스템은 작동 중이며, 저희는 이를 빠른 시간 내에 다시 정상화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하겠습니다. 그리고, 대형종합병원과는 달리 일반의료기관들의 진료는 차질 없이 운영 중입니다. 필수의료는 무너지기 직전이지만 아직까지는 아닙니다. 의료체계 정상화를 위한 저희의 노력을 응원해 주신다면 일은 생각보다 빨리 해결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정부 관계자에게는 감사의 말씀과 부탁의 말씀을 함께 드립니다. 지난 금요일 저녁 차관님과의 허심탄회한 대화 속에서 저는 정부가 이 사태의 합리적인 해결을 원하고 있으며, 향후 이성적인 대화를 통해 최적의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정부는 가장 먼저 전공의들에게 과도한 위협이 될 수 있는 각종의 발언들을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헌정적 질서가 뿌리 박혀 있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한 개인의 직업선택과 관련한 자유를 그토록 쉽게 부인하거나, 아직 형사적으로 어떠한 조치도 취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법정최고형 등을 언급하는 것은 사태의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위법 여부는 법원이 결정하는 것이지 정부가 결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향후 각종 절차의 진행에 있어서 법적 절차와 제한을 지켜 주시기 바랍니다. 전공의의 근무여부 등을 확인하겠다고 진료와 관계 없는 인원이 병원 내의 민감한 구역까지 드나들고, 분초를 다투는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갈아넣고 있는 의사들을 전화로 불러내는 등의 행위는 법 이전에 상식의 문제입니다. 전공의들에 대한 각종 명령이나 행정행위 또한 법적인 절차를 지켜 주시기 바랍니다.


이 사태의 시급한 해결, 의과대학 입학정원의 조정 및 대학병원 중심일 수 밖에 없는 필수의료체계 유지와 관련하여 수반되어야 하는 제반 사항들을 정부가 저희 교수들과 함께 협의할 수 있는 모임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굳이 거창한 명칭과 기념촬영, 수당지급 등이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과연 어느 정도의 의사가 더 필요할 것인지, 교육시설의 투자는 어떻게 할 것이고, 교수요원의 충원은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 그리고 그렇게 배출된 의사들이 필수의료와 의료취약지역에 근무하도록 어떻게 유인할 것인지 등, 함께 생각해야 할 광범위한 주제가 있을 것입니다. 장소는 어디라도 좋습니다. 비싼 호텔이나 거창한 회의실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국민건강과 우리의 선진적인 의료시스템을 지키기 위한 대화인데, 동네 카페면 어떻고, 서울역이나 오송역 대합실 한 구석이면 어떻겠습니까?


1주일에 한번, 아니면 2주일에 한번이라도 정기적으로 만나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을 점검하고, 그 결과를 가벼운 형식으로 발표하면서 국민의 불안감을 없애고, 학생과 전공의들도 다시 공부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갑시다. 우리의 이러한 목적이 가지는 순수성에 대한 의심을 없애기 위해 본격적인 협의는 4월 국회의원 총선 이후에 시작하고, 지금 당장은 협의의 주체 및 협의사항, 향후 계획 정도만 합의하더라도 이 사태의 해결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믿습니다.


전국의 의과대학 및 거점국립대학교수님들께도 감사와 부탁을 함께 드립니다. 저희가 나서게 된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라 오로지 제자들을 지키기 위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많은 학교의 교수님들이 뜻을 함께 하고 직접 움직이고 계십니다. 이러한 모든 것들을 감사 드리며, 동시에 제안을 드리고자 합니다.


지금 저희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바로 제자들을 지키면서 필수의료체계가 파국으로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며, 다른 이슈들은 그 이후에 살펴야 합니다. 학생과 전공의들 중 상당수가 현장을 떠나 있지만, 그들 또한 저희가 보호해야 할 제자들이고, 지금 그들의 마음에는 불안감이 있을 것입니다. 당연히 있어야 할 곳에 있지 못하게 되는 불안감입니다. 혹시라도 정부가 법에 어긋난 행위를 할 경우, 그 행위를 우선 무력화시키려 힘써야 할 것이며, 그 이후라도 저희 제자들이 부당한 조치를 당하게 될 경우를 대비한 법적 시스템을 만듭시다.


의과대학 입학정원 조정의 문제는 지금 생각보다 많이 꼬여 있습니다. 현재 이 문제는 의과대학의 수준을 넘어서서 전체적인 대학교육 문제가 되었으며 각 대학의 총장님들에게까지 올라가 있습니다. 많은 문건이나 이른바 증거들이 저에게 오고 있지만, 지금은 누구의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힘을 모아서 합리적이고 현명한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각 대학의 총장님과 학교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분들께는 간곡한 부탁을 드립니다. 저희가 알고 있기로는 3월 5일까지 의대 정원조정에 관한 의견을 문서로 제출하라는 교육부 공문이 도착해 있는 바, 우리나라의 의료 현황과 학교별 교육여건 등을 고려하여 현명하게 판단해 주실 것을 기대합니다. 대학의 행정과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 어떤 것인지는 저희 평교수보다 훨씬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의료관계자 여러분들께도 부탁 말씀 드립니다. 저희 의과대학 교수들은 제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나섰으며, 다른 어떠한 이익추구도 없습니다. 지금 당장 가장 긴급한 이슈가 되어 있는 것은 의과대학 입학정원의 문제인데, 이는 저희 교수들이 가장 가까운 입장에 있다는 점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이후 각종 이슈들에 대해서는 한편으로는 교수로서, 또 한편으로는 같은 의료인으로서 대학에 계시지 않은 의료관계자들과 도와 나갈 것임을 분명히 하고자 합니다.


문제를 일으킨 것이 누구인지를 따질 상황은 아닙니다. 그리고 이 문제는 지금 심각한 상황에 와 있습니다.


이성이 만든 문제는 감성이 해결하고, 감성이 만든 문제는 이성적으로 바라봐야 답이 나옵니다. 지금은 모두가 너무 감정에 치우치고 있는 듯 합니다. 우리가 이성적으로 대화할 때 이미 답은 거기 있을 것입니다.


2024. 2. 25.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장 정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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