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고객 경험 혁신

이은주 한국IBM 사장


레이즈·치토스·도리토스와 같은 세계적인 과자 브랜드로 유명한 프리토레이가 사용하는 감자를 일렬로 나열하면 지구에서 달까지 왕복할 수 있는 길이가 될 정도로 엄청난 양의 제품을 전 세계에 공급하고 있다. 이 기업에는 6만 9000명의 직원이 있다. 이 중 2만 5000명이 미국 내 30만 개 이상의 소매점에 매주 재고를 보충하고 제품을 순환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것만 해도 엄청난 일인데 고객들의 요구는 점점 복잡하고 다양해지고 있었다.


프리토레이는 직원과 고객이 쉽게 소통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고자 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IBM은 약 1500시간에 달하는 사용자 조사를 수행하고 약 40개의 페르소나를 만들었다. IBM 디자이너들은 매장 관리자를 인터뷰하고 상품기획자를 따라다니는 데 시간을 보냈다. 그들은 매장 직원들이 관리 프로그램을 실제로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를 배웠고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해결해야 할 문제점을 순위화하고 매핑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스낵스투유’라는 애플리케이션을 탄생시켰다. 프리토레이가 쌓아온 데이터와 인공지능(AI) 엔진을 결합한 이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고객 주문 및 배송 과정을 단순화하는 동시에 보다 다양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 계절별 스낵 선호도, 지역 동향 및 슈퍼볼과 같이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이벤트를 기반으로 주문 제안을 할 수 있다. 또한 소매 업체의 재고가 낮은 시기를 예측하고 엄선된 제품을 추천할 수도 있다. 대시보드에는 과거 데이터, 예측 분석, 심지어 고객이 제품을 좋아할 가능성을 지표로 나타낸 점수도 표시된다. 이러한 기술을 통해 소매점들은 품절 상황을 겪거나 값비싼 긴급 배송을 요청하는 번거로움에서 해방됐고 보다 다양한 맛의 과자를 자신들의 고객인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최근 IBM기업가치연구소에서 한국을 포함한 약 2만 명의 전 세계 소비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는 매장에서 제품을 구매할 때 9%, 온라인 쇼핑일 때 14%만 그 경험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한국 소비자들은 심지어 더 낮은 만족도를 보였는데 매장 경험에 대해서는 2%, 온라인 구매에 대해서는 3%만이 그 구매 경험에 대해 만족한다고 했다. 가장 큰 이유는 오프라인 매장은 제품의 다양성이 떨어지고 온라인 매장은 원하는 제품을 빠르게 찾기 쉽지 않거나 제품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서였다.


AI·자동화 등 첨단 기술들을 잘 활용하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고 고객들의 경험을 향상시킬 수 있다. 프리토레이의 사례처럼 AI와 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들을 시의적절하게 미리 예측해서 공급· 배치하는 것이 가능하고 AI의 자연어 처리 기술을 통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제품 정보를 모아 제공하거나 쇼핑몰에 구매자들이 남긴 리뷰를 요약해 제공할 수도 있다. 복잡하거나 까다로운 고객들의 문의나 요청 사항을 처리하는 매장 직원이나 콜센터 상담원을 지원해 고객들의 요구에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대응하도록 할 수도 있다.


시장에서의 경쟁이 점점 심화하고 고객들의 기대치와 요구는 점점 더 높아지는 요즈음, 기업에서는 AI와 같은 기술들을 활용한 디지털 혁신을 기반으로 고객 경험을 혁신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게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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