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4일 일본 구마모토현에 개소한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대만 TSMC의 제1공장이 중국 반도체를 견제하는 한편 서구 진영의 글로벌 공급망을 안정화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5일 “성숙기 반도체는 중국이 세계 생산량의 20~30%를 점유하고 있다”며 “중국이 이 분야에서 존재감을 높이면 반도체가 경제안보 관점에서 ‘카드’가 될 우려가 있는데 구마모토 공장이 성숙기 반도체를 공급할 경우 중국을 견제할 수 있게 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미국·일본·대만으로 이어지는 반도체 3각 동맹이 더욱 공고화하면서 한국이 소외되는 양상이다.
일본 정부가 반도체 산업 부흥을 위해 2018년 말부터 해외 반도체 기업 유치를 위한 정책 마련에 나섰으며 이 과정에서 한국의 삼성전자, 대만의 TSMC 그리고 미국의 인텔이 후보군에 올랐다는 보도도 나왔다. 아사히신문은 이들 업체는 최첨단 반도체 역량을 갖추고 있으면서 미중 갈등으로 생산 기지 확보에 적신호가 켜진 기업들이라며 최종적으로 TSMC가 낙점됐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TSMC 제1·2공장에 약 11조 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는데 이를 통해 ‘일본 반도체 르네상스’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과 일본이 반도체 산업 부흥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지만 정작 우리나라는 반도체 기업 지원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반도체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기존 8%에서 15%로 확대하는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외에 직접 지원은 미미한 실정이다. 게다가 해당 법안은 올해 일몰을 앞두고 있다. 치열해지는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삼성과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도 설비투자는 물론 설계, 설계자산(IP), 설계 자동화 등 전 공정에서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