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 결과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제신문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이달 22~23일 전국 성인 10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2000명 늘리기로 한 것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힌 응답자는 무려 76%에 달했다. 반면 ‘반대’ 답변은 19%에 그쳤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도 66%가 찬성했다.
대다수 국민들이 의대 증원을 바라고 있는데도 이에 반대하는 전공의 등의 집단 사직과 병원 이탈로 의료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종합병원의 수술이 절반가량 줄어들었고 응급 환자가 진료를 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전전하는 ‘응급실 뺑뺑이’도 속출하고 있다. ‘환자의 건강을 최우선하여 고려할 것’이라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의사들은 어떤 경우에도 환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삼아서는 안 된다. 전공의들은 사직서를 제출하더라도 병원이 수리하지 않으면 일정 기간 병원에 남아 환자를 돌봐야 한다. 의사들은 환자들 곁으로 복귀해 자신들의 의견을 주장하면서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붕괴 위기에 처한 필수·지역 의료를 정상화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우리나라 의사 1명이 한 해 진료하는 평균 환자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무려 3.4배에 달한다. 특히 산부인과 등 필수 분야와 지역 의료 분야의 의사 부족은 심각하다. 이런데도 의사들이 환자 곁을 떠나 힘겨루기를 계속하면 고립만 자초하게 될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5일 “의대 적정 증원 규모는 400~500명 선”이라고 주장하고 다시 ‘음모론’을 제기하면서 “정부는 ‘진압 쇼’를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의사들에게는 원론적으로 “파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당초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방침을 공표했을 때는 ‘환영’ 입장을 밝혔던 민주당이 말 바꾸기를 하면서 의료 대란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태다. 정치권은 수수방관하지 말고 의사들의 병원 복귀를 촉구하는 한편 대화로 의료 정상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