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犬’ 계급은…1개 분대 병력 살리고 산화한 ‘헌트’ 소위 계급 추서[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군견, 가장 필요한 능력은 민감한 후각
체력·덩치·지능 세 요소 반드시 갖춰야
춘천·진주 소재 육·공군 군견훈련소 2곳
현역 복무 중인 군견은 1300여 마리쯤

육군 군견교육대에서 양성 중인 군견. 사진=나무위키 캡처

군용견(軍用犬)은 군용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사육해 훈련시킨 개이다. ‘군견’(軍犬)이라고 부른다. 군대의 대표적인 가축으로서 동물로서는 군대에서 가장 큰 재산이다. 영어로는 (MWD·Military Working Dog)라고 부른다.


군견은 이집트인과 그리스인, 페르시아인, 사르마티아인, 바간다인, 알란인, 슬라브인, 영국인, 그리고 로마인들에 의해 사용됐다. 그리스와 로마인들 사이에서 개는 보초나 순찰대 역할을 가장 많이 활용됐다. 기원전 600년 경에 리디아의 알리아테스가 킴메르족에 대항한 전투에서 군견을 최초로 사용한 기록이 있다.


현대에 와서는 경비는 물론 보급품 운반, 전령 등의 역할을 했다. 미군이 1942년부터 처음으로 본격적인 군견 훈련을 시작하며 다양한 역할을 하게 됐다.



군견 임무는 ‘탐지’·‘경비’·‘수색’·‘정찰’


군견이 활약하는 분야를 크게 네 가지다. 탐지와 경비(순찰), 수색, 정찰 등이다. 같은 군견이라도 개체마다 선천적인 능력의 차이가 있어 재능을 나타내는 분야가 달라, 군견훈육 및 교육 부대에서 여러 방면으로 평가해 해당 군견에게 가장 적합한 임무를 부여하고 전문적으로 훈련시킨다.


그러나 모든 분야에서 군견에게 가장 필요로 하는 능력은 개가 가진 특유의 민감한 후각 능력이다. 폭발물을 찾아내는 것부터 수상한 사람을 냄새로 감지하고, 비트를 파고 땅속에 숨어있는 공비를 찾아내는 등 군견의 주임무는 후각을 활용한 탐지 할 수 있는 능력이 가장 요구된다.


금속탐지기나 전자코 등도 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군견의 능력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는 군전력이 없다. 군견이 여전히 중요한 이유다. 그래서 늙은 군견이 퇴역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가 운동성의 저하보다는 후각의 민감성이 나이가 들면서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육군 군견교육대에서 양성 중인 군견. 사진 제공=국방부

군견으로 사용되는 견종은 체력과 덩치, 지능 세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춰야 한다. 체력이 부족하면 작전이나 행군 경우에 쉽게 지쳐버리면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고, 덩치가 작으면 거수자를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또 지능이 높지 않으면 양성과정 중에 훈련을 제대로 받을 수 없고 명령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탓에 세 가지 요소를 반드시 지녀야 한다.


전세계적으로 이에 적합한 공통된 견종들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네덜란드 ‘저먼 셰퍼드’, 벨기에 ‘말리노이즈’, 캐나다 ‘래브라도 리트리버’ 이렇게 3종이 주로 활동한다. 이 견종들이 사냥견으로도 매우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는 견종으로, 사냥에서 요구하는 요소들이 군견에게 필요한 요소와 공통점이 많기에 그렇다.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높은 한국산 진돗개는 군견병이 바뀌면 다른 주인을 따르지 않아 군견으로 부적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의 군견은 어디서, 어떻게 양성될까. 총 2곳의 훈련시설이 있다. 미국 정보기관이 북한군의 무장공비 대량 침투에 대비해 대간첩작전에 투입하기 위해 1966년 1월 1일 109 군견대를 창설했다. 2007년에 육군 제1군견훈련소로 통합해 육군·해군·해병대 소속 군견은 강원도 춘천에 있는 육군 군견훈련소에서 육성한다.



군견 1마리 능력, 1개 중대 전투력 맞먹어


다음으로 공군이 1954년 미 공군 제58전폭대로부터 군견을 인수해 1968년 제10전투 비행단에 군견훈육대를 창설했다. 현재는 경남 진주 공군 교육사령부행정학교 군견훈육중대에서 운영하고 있다. 공군은 공항경비 같은 특수성이 있어 통합되지 않았다.


군견훈련소의 주요 임무는 침투·국지도발 대비태세 유지, 경호경비 안전검축 지원, 군견·군견병 교육훈련, 군견 번식 및 사양관리, 군용 동물에 대한 수의 진료, 수의 예방활동, 군견의 신체검사 등을 수행합니다.


양성훈련은 능력과 임무에 따라 수색견, 추적견, 경계견으로 구분해 고난도로 진행됐습니다. 이렇게 약 7개월간의 복종훈련과 양성훈련을 거쳐 일선 부대에 배치됐다. 실전에서 군견 1마리가 적을 수색·추적·제압하는 능력이 1개 중대 전투력과 맞먹는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이처럼 강한 체력과 전투기술, 정신무장을 갖춘 프로 군견들은 군내 주요 경호작전은 물론 대테러 활동과 해외 파병 부대 등에 투입된다. 훈련받은 군견은 한해 약 80~100마리 배출되고, 현재 복무 중인 현역 군견은 약1300여 마리의 군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훈련 현장에 투입돼 폭발물을 탐지하고 있는 군견. 사진 제공=국방일보

군견은 군인의 군번과 같은 견번만 있을 뿐 계급은 없다. ‘군견의 계급이 ‘부사관’이라 장병들로부터 경례를 받는다’는 낭설이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군견은 군수품 중 장비류로 분류되기 때문에 당연히 계급이 없는 것이다.


훈장을 받은 군견도 있다. 1968년 군견 ‘린틴’은 김신조 등 무장공비들의 도주 경로를 발견했다. 이 공로로 인헌무공훈장을 받았다. 1990년 군견 ‘헌트’는 제4땅굴 수색 도중 북한군이 설치해놓은 목함지뢰를 찾아 터뜨려 1개 분대 규모의 병사들의 생명을 구하고 산화했다. 이 같은 공로에 인헌무공훈장을 받은 헌트는 군견 최초로 장교 계급인 소위로 추서됐고 현장에는 동상도 세워졌다.



군견, ‘견번’만 있을 뿐 ‘계급’은 없다


군견교육대 소속 군견들은 아침 기상나팔 소리와 함께 기상해 오전 7시 20분 아침 식사를 시작한다. 군견을 관리하는 군견병들은 군견의 아침 식사 후에야 밥을 먹을 수 있다. 군견은 아침과 저녁 하루 두 끼를 먹과, 병사들보다 넓은 약 9.9㎡의 침실과 화장실을 갖춘 방에서 일과 외 시간을 보낸다. 군견들은 사람 나이로는 50∼60대로 칠 수 있는 8살 안팎 때 은퇴하고, 은퇴 군견은 민간에 분양된다.


퇴역 군견의 민간 분양은 지난 2015년 4월 전군에서 처음 시행됐다. 당시 군수품관리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양도 심의 절차를 거쳐 퇴역 군견의 무상 양도가 가능해졌다. 이전에는 퇴역 군견은 의학실습용으로 기증되거나 안락사됐다. 그러나 법 개정으로 육군·공군 등은 홈페이지를 통해 퇴역 군견에 대한 분양을 실시하고 있다.


일반인 신청자를 대상으로 심의를 통해 분양 대상자를 선정하고, 가구당 1마리씩만 분양이 가능하다. 분양 신청자는 분양받을 퇴역 군견의 사망 후 처리까지 계획을 세세하게 기록해야 한다. 동물보호관리시스템(http://animal.go.kr)을 통해 은퇴견 등록절차 등도 거쳐야 한다.



육군 군견교육대에서 양성 중인 군견. 사진 제공=국방부

군견이 되는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고 할 수 있다. 한해 군견교육대에서 태어나는 강아지는 130여 마리로, 그 가운데 작전견이 되는 비율은 30%에 불과하다. 군견훈련소에서 생후 6개월이 된 예비 군견들은 군견의 자질을 갖췄는지 확인하는 군견 적격심사를 받는다.


군견 적격심사에서는 시·청각 등의 감각도, 활동성을 평가하는 활력도, 사람과 개에 대한 사회성, 운동능력, 소유욕 등 10가지 항목에 대해 평가한다. 적격심사에서 총 100점 만점 중 80점 이상을 받아야 군견이 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보통 70%는 탈락한다.


적격심사를 통과한 개들은 양성훈련을 통해 총소리 등 폭음에 대한 대처, 명령에 대한 반응, 훈련 집중력, 임무수행에 필요한 담력 등 혹독한 훈련과 평가를 받는다. 이 과정을 걸쳐 최종적으로 약 20주간 작전 훈련을 받으며 생후 2년쯤 될 때 군견으로서 임무를 부여 받는다.



군견은 추적견, 정찰견, 탐지견 구분


군견도 병과를 나눠 훈련을 시킨다. 군인들이 병과별로 나눠 전문 교육을 받듯이 견종도 그 능력과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그에 따라 구분한다. 따라서 기본 양성훈련을 통과한 군견들은 각자 특성에 맞게 추적견, 정찰견, 폭발물 탐지견으로 나뉘어 작전 훈련을 진행한다.


통상 군견으로 활용되는 품종 가운데 셰퍼드, 말리노이즈, 라브라도 리트리버 등으로 기동력이 뛰어난 셰퍼드와 말리노이즈는 주로 추적·정찰임무를 수행한다. 집중력이 뛰어난 라브라도 리트리버는 폭발물탐지 임무를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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