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지난 2년의 전쟁으로 자국 군인 3만 1000명이 전사했다고 밝혔다. 우크라니아가 자국군의 사망자 수를 공식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발표하며 “각각의 죽음은 우리에게 거대한 손실”이라고 애도를 표하면서도 “푸틴과 그의 거짓말쟁이들이 말하는 30만 명이나 15만 명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쟁 중 병력 손실 규모가 적국의 선전에 이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동안 공식 발표 없이 기밀로 다뤄왔다. 지금까지 나온 수치들은 대부분 주요 외신이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추정한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례적인 사망자 수치 발표는 최근 전세가 자국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확산하는 위기감과 불안을 잠재우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젤렌스키 대통령이 직접 밝힌 군 사망자 수는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수치는 물론, 서방이 추정한 우크라이나 병력 손실 규모보다 크게 적다. 앞서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11월 “미국 관리들은 우크라이나 군인이 최소 7만 명 목숨을 잃고, 12만 명이 다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8월 러시아군 사상자가 30만 명, 우크라이나군 사상자가 20만 명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도한 바 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도 지난달 “2023년 한해에만 우크라이나의 병력 손실은 21만 5000명”이라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자국의 승리가 서방의 지원에 달려 있음을 재차 강조하며 미국 의회의 우크라이나 추가 예산안 처리를 촉구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패배할지, 이 전쟁이 더 어려워질지, 많은 사상자가 발생할지는 여러분과 우리의 파트너, 서방 세계에 달려 있다”며 “미국 의회에 희망이 있고,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