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근(사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6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인들과 만나 TSMC 일본 공장 준공 및 미국 ‘칩스법(Chips Act·반도체지원법)’ 보조금 지급 등 글로벌 반도체 시장 현안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을 비롯해 원익IPS, 엑시콘, 동진쎄미켐, 솔브레인, 엘오티베큠 등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대표들이 참석했다.
산업부는 이 자리에서 장관과 각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핫라인을 개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안 장관은 “기업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산업정책 수립이 중요하다”며 “정부와 기업이 원팀이 돼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측은 지난달 15일 민생토론회를 통해 발표한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계획’의 후속 조치도 점검했다.
당장 27일에는 지난해 말 확정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공급계획’을 위해 한국전력,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전사, 수요기업, 정부 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대한 추가적인 투자 인센티브 확대 방안을 마련해 다음 달 발표될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종합 지원방안’에 반영하겠다고 언급했다. 산업부는 소부장·팹리스(설계전문업체) 인재를 키우기 위해 정책자금을 24조 원 규모로 공급하고 소부장 양산 테스트베드(미니팹)도 빠르게 추진할 계획이다.
안 장관은 간담회에서 “현재 조성 중인 반도체 산업단지의 사업 기간을 줄이기 위해 관련 인허가를 신속히 추진하고 기업의 투자 촉진을 위한 인센티브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산업부 내에 반도체 특화단지 추진 전담반(TF)도 설치한다.
최근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을 연이어 강화하자, 우리 정부도 국내 업체 의견을 청취하고 추가 지원책 발굴에 나선 것이다. 이날 간담회는 안 장관의 짧은 모두발언과 반도체산업협회의 올 한해 투자·수출 전망 발표 외에 대부분의 시간이 기업별 건의사항을 수렴하는 데 할애됐다.
특히 참석한 기업인들은 24일 일본·대만 반도체 동맹을 상징하는 TSMC 구마모토 제1공장이 문을 열고 일본 정부가 TSMC 제2공장에 보조금 약 7300억 엔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위기 의식을 드러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주 자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인 글로벌파운드리에 2조 원이 넘는 반도체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미국 정부가 칩스법 제정 이후 주요 반도체 기업에 지원하는 첫 보조금이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26일(현지시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미국 혁신 재생’ 컨퍼런스에 참석해 ‘칩스법에 대한 최신 업데이트’를 공유할 계획이다.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번 행사에서 대규모 칩스법 보조금이 발표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