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연동 내각' 옛말…기시다 정권·여당 지지율 위험 수준

■니혼게이자이신문 정기 여론조사
내각·여당 지지율 동반 하락…역대 최저
정권교체당한 2009년 수치에 가까워져
증시 최고가에도 "정부 정책 덕 아니다"
자민당서 "이 상태론 선거 패배" 위기감


일본 집권 자민당 지지율이 2012년 정권 탈환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기시다 후미오 내각 지지율도 역대 최저를 기록하는 등 복수의 지표가 민주당에 의한 정권 교체 직전인 2009년에 가까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지난 23∼25일 18세 이상 남녀 867명을 대상을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자민당 지지율이 전달보다 6%포인트(P) 하락한 25%로 나타났다고 26일 밝혔다. 이는 민주당에 정권 교체를 허한 아소 다로 정권에서 가장 낮았던 29%를 밑도는 수치다.


기시다 총리가 이끄는 내각 지지율도 전달보다 2%P 떨어진 25%로 집계됐다.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P 올라 67%로 나타났다. 내각 지지율은 정권 발족 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위험 수역’이라 불리는 30%를 3개월 연속 밑돌았다.


닛케이는 자민당 정당 지지율이 2002년 8월 이후 야당 시절을 제외하고 최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당에서 발생한 파벌 정치자금 스캔들에 대한 비판이 내각을 넘어 당(黨)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자민당 열세 속 야당 지지율도 저조했다. 입헌민주당과 일본유신회 지지율은 각각 9%, 8%인 반면,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무당파층’은 36%였다. 무당파층은 3개월 연속 자민당 지지율을 웃돌았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로이터 연합뉴스

일본 정치권은 일련의 여론조사 결과가 민심 평가로는 ‘최악’이던 2009년 아소 정권 때에 가까워지거나 이미 그 아래로 떨어졌다는 점에서 ‘위기론’을 제기하고 있다. 아소 내각은 중의원 선거 직전이던 2009년 7월 여론조사에서 20% 지지율을 기록했다.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71%에 달했다. 닛케이는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당시보다는 높지만,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내각 지지율과 자민당 정당 지지율 합계는 당시 50%였다. 이 두 지표의 합계가 50 아래로 떨어지면 정권 운영이 어려워진다는 일명 ‘아오키의 법칙’ 적용 시 정권 퇴진 수준에 근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소 정권의 2009년 7월 내각·정당 지지율 합계도 50이었다. 닛케이는 “자민당 내부에서 ‘누군가 책임지지 않으면 이 (하락) 경향은 변하지 않는다’며 ‘(정치자금 스캔들의 단초가 된) 간부들에 대한 처분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정치권은 오는 4월 실시되는 3개 지역구의 중의원 보궐선거 결과에 주목한다. 선거 결과와 득표 내용이 차기 중의원 선거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현재 일본 중의원 의원의 임기는 2025년 10월 30일까지로 그 전에 총리가 해산을 선언할 수 있다. 다만, ‘역대 최저’ 지지율에 빠진 지금 선거를 치를 경우 의석 확보 가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기시다 총리가 ‘해산 카드’를 선뜻 꺼내 들 수도 없는 상황이다. 당내에서는 ‘만일 모든 보궐 선거구에서 패배하면 기시다 총리에 의한 (중의원) 선거는 어려워진다’는 견해가 나오기 시작했다. 닛케이는 “보궐 선거 결과에 따라 총리의 정권 운영을 둘러싼 환경은 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국민들이 총리에 ‘우선 처리해줬으면 하는 정책’으로는 물가 대책이 39%로 가장 많았고, 육아·교육·저출산 대책(37%), 경제 전반(35%) 등으로 나타났다. 최근 일본 증시가 역사적 고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경제 정책과 연계한 정부 평가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닛케이평균 지수는 버블 경제 시기인 1989년 12월 세운 종전 최고가를 지난 22일 34년 만에 돌파한 데 이어 주말 후 첫 거래일인 26일에도 전 거래일 대비 0.3% 오른 3만9233엔으로 마감하며 또 한번 최고가를 새로 썼다. 그러나 이 같은 주가 강세와 관련해 ‘정부 정책이 뒷받침됐다고 생각한다’(21%)는 여론보다는 ‘그렇지 않다’(67%)는 평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과거 아베 신조 내각에서는 ‘주가 연동 내각’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주가 강세가 내각 지지율로 이어졌지만, 기시다 내각에서는 사뭇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 배경 중 하나로 ‘주가 강세의 온기가 가계까지 전달되지 않는 현실’이 거론된다. 엔화 약세에 따른 수출 중심 대기업의 실적이 뛰고, 이에 따른 주식 가치 향상이 증시 강세를 주도하고 있지만, 일반 가계에선 물가 상승과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임금 인상으로 ‘성장의 과실’을 체감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설문 조사에서 탈(脫) 디플레이션의 전제인 ‘임금 인상이 실현될 것’이라고 답한 사람은 14%에 그쳤고,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80%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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