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총선 공천을 둘러싼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도부 내에서도 공개 반발이 터져나오는 가운데 ‘현역 하위 평가’ 통보를 받은 의원들의 탈당도 가시화하는 분위기다. 급기야 당내에서 동료 의원을 고소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민주당은 긴급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25일 저녁 소집해 공천 갈등의 돌파구를 논의했지만 진전된 결과를 도출하지 못하자 26일에도 공천 파열음이 확산됐다. ‘친문’인 고민정 최고위원은 26일 YTN 라디오에서 “이렇게 공천 갈등이 심각한 때가 있었나 하는 정도”라며 “계파 갈등으로 보이는 국면이 실제 국민한테도 굉장히 위험수위까지 와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짚었다. 고 위원은 이날 인천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도 불참했다.
‘하위 10%’ 통보를 받은 설훈(경기 부천을) 의원은 CBS 라디오에 출연해 “총선에 출마는 하지만 민주당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말하면서 탈당 후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내비쳤다.
공천 파동에 당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지만 원외 친명 조직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 이어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까지 전선을 넓히며 공세를 폈다. 경기 분당갑 예비 후보인 김지호 당 대표 정무조정부실장은 이날 홍익표 원내대표에게 이 전 총장에 대한 분당갑 전략공천 논의 중단을 촉구했다. ‘친명’으로 돌아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통합을 내세워 혁신의 발목을 잡을 때는 과감하게 혁신을 살려야 한다”며 김 부실장을 거들었다.
친명 간 공천 싸움도 불붙었다. 이용빈(광주 광산갑)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고검장 출신의 정치 신인에 가산점 20% 적용을 당장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경선 상대인 박균택 전 광주 고검장을 겨냥한 것이다. 박 전 고검장은 이재명 대표의 변호인단 출신이다.
다만 일부 현역 의원들이 불출마를 선언하며 총선 승리에 기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황운하(대전 중구) 의원은 “제 희생으로 위기의 민주당을 구하고 정권 심판의 밑거름이 되겠다”며 물러났다. 소병철(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의원도 불출마하기로 해 민주당의 현역 불출마 의원은 15명으로 늘었다.
한편 민주당은 정필모 의원의 사퇴로 공석이 된 중앙당선거관리위원장에 3선 박범계 의원을 선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