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첨단기술 굴기를 저지하기 위한 미국 등 서방의 전방위 제재는 경제 침체에 빠진 중국에 커다란 도전이다. 대중 반도체 수출 금지와 투자 제한 등 공급망 배제 움직임이 가속화하자 중국은 정부의 진두지휘 아래 기술 자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6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중신궈지(SMIC)의 7㎚(나노미터·10억 분의 1m) 공정 반도체 개발 이후 미국 의회에서는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한 수출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말 수십 개의 자국 반도체 부품 기업들에 “SMIC 최신 공장에 대한 판매를 중단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공문을 받은 기업 중 하나인 인테그라스 역시 수백만 달러 규모의 대중 반도체 제조용 소재 선적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대중 수출 제재는 점점 더 공고화하고 있다. 미국은 2022년 10월 미국산 첨단 반도체와 장비에 대한 대중 판매를 금지한 데 이어 지난해 8월에는 인공지능(AI), 양자컴퓨터 등 첨단산업에 대한 자본 투자 역시 틀어막았다.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 기업을 보유한 네덜란드와 일본 역시 미국의 제재에 동참하며 대중 압박을 키웠다. 그럼에도 여전히 중국의 기술 추격 우려가 제기되자 수출제한 대상을 저사양 인공지능(AI) 반도체까지 확장했다. 11월 미국 대선의 유력 주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대중 초고율 관세와 첨단 부품 추가 제한 조치 등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내부에서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중국을 배제하고 억제하는 위협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유럽연합(EU)과 중국의 무역 갈등 역시 격화하고 있다. 미국과 대중 견제 보조를 맞추고 있는 EU는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저가 공세’에 대항하기 위한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EU는 지난해 10월부터 중국산 전기차가 과도한 정부 보조금 혜택을 받아 역내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며 상계 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EU는 이어 이달 16일 불가리아의 공공조달 사업을 따낸 중국 국영 열차 제조 업체 중처쓰팡을 겨냥한 불공정 보조금 조사에도 나섰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는 EU가 중국 전기차 반(反)보조금 조사를 시작한 지 불과 5개월 만”이라며 “더 많은 조치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중국은 서방의 제재에 맞서 기술 자립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조성한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빅펀드)’를 통해 3000억 위안의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수출통제가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해 12월 네덜란드로부터 전년 동기의 10배 수준인 11억 1000만 달러 규모의 반도체 장비를 선제적으로 수입하기도 했다. SCMP는 “미국의 제재는 중국 반도체 공급망의 취약한 연결 고리를 노출시켰다”면서도 “중국에 반도체 ‘자급자족’을 달성하기 위한 새로운 동기를 제공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