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대 교수 "협박·강제 아닌 설득 필요해…'의료 대란' 부추기지 말아야"

서울의대 교수·전공의 긴급회동 열어
정진행 서울의대 비대위원장
"의대 증원, 과학적으로 해야"

정진행 서울대의대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전공의들과 긴급 회동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전공의들의 복귀를 위해 정부의 협박이나 강제가 아닌 설득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다만 정부와의 중재가 사실상 실패하면서 서울의대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과 회장은 동반 사퇴 의사를 밝혔다.


26일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서울대병원 소속 전공의들과 긴급 회동을 열고 “전공의들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현장을 떠나고 있는 것”이라며 “이를 돌리기 위한 대책은 협박이나 강제가 아닌 설득에 의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정부를 향해 “의과대학 교수들과의 소통 채널을 만들고 문제 해결을 위해 정기적으로 만나서 대화하기를 요청한다”면서 “실질적인 협의는 4월 총선 이후로 연기하는 대신 그동안 의제 설정과 기본적인 상호 의견교환을 지속할 것을 제안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를 향해 사법적 대응도 예고했다.


비대위 활동을 교수와 전공의들에게 설명한 이날 회동에는 20~30명의 전공의가 참여했다.


정진행 비대위원장(분당서울대병원 병리과 교수)은 회동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전공의 사직을 향한 정부 대처의 미흡함을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의료대란’이라는 표현에 대해 “우리 국민들 중에 지금 병원 못 가는 분 계시냐. 의료 대란이 일어났다고 부추기는 언론과 정부 모두 다 반성해야 한다”면서 “필수의료체계를 책임지는 교수들이 160시간 연속 병원에서 근무하면서 뼈를 갈아 넣으면서 최소한 유지하면서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암 환자 수술 등이 연기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암은 응급 수술이 아니라 예정된 수술”이라면서 “응급이라고 하면 당장 수술적 처치가 들어가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한 심뇌혈관 질환 등을 말하는데, 그런 부분은 지금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했다.


교육부가 전국 의대에 발송한 의대 증원 수요 조사에 대해서도 거센 비판을 이어갔다. 정 위원장은 “의대 증원은 과학적 시뮬레이션과 부작용 등을 다 고려해야지, 희망을 조사해선 안 되는 것”이라며 “교육부답게 과학적인 방식으로 의과대학과 총장 단의 협의체를 통해서 도출해내야 하는 문제다. 대통령께 이런 잘못된 정보를 올린 라인도 문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의과대학 교수들은 분노하고 있다. 학장단과 총장단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며 심지어 사퇴하라는 의견이 나온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정 위원장은 전공의에 대한 비난에 대해서도 “범죄자 취급을 중단하라”고 요청했다. 그는 “전공의들은 피교육자이지 필수 의료 인력이 아니다. 성형·미용 등 하겠다는 친구들 놔두고 힘든 필수 의료를 배워보겠다고 공부하러 들어온 친구들”이라면서 “그런 친구들조차 범죄자로 만들면서 내쫓는다면 이 친구들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들의 ‘의료 쇼핑’도 과도하다고 호소했다. 정 위원장은 “불필요한 의료 이용 자제해달라. (과도한 의료 중증 환자들이 의료기관을 사용할 기회를 국민 여러분들께서 뺏는 것”이라면서 “의사는 노예가 아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통계 계속 얘기하는데, OECD에 비해 너무 지나치게 의료 쇼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사는 환자를 만들어낼 수 있는 집단”이라면서 “그래서 숫자 제한이 필요한 것이다. 서양 국가에서도 의사 숫자는 함부로 늘리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해서는 국가 교육을 망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위원장은 “한 해 20만 명 아기가 태어나는데 이 중 5000명이 의사라는 것이다. 보건 의료 인력까지 합치면 최대 9만 명이 보건 의료가 되는 것인데, 이는 국가 교육을 망치는 것”이라면서 “의료 과소비 현상과 실손보험 체계는 두고 의사를 늘리면 우리가 내는 세금과 연금이 보건 의료비로 지출되고 말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전공의들에게 “29일까지 여러분들이 떠났던 병원으로 돌아온다면 지나간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는 “저는 정부에게 책임을 묻고 싶다. 정부는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이 장관은) 국민 생명을 지킬 생각이 있다면, 단 한 명의 환자도 다치지 않게 할 의지가 있다면 당장 이 사건을 중지해달라”라고 했다.


다만 정 위원장과 김종일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회장은 회동 이후 “전공의와 학생들을 지켜내지 못한 데 따른 책임을 지고 동반 사퇴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 정부가 강경한 입장을 지속하며 중재가 실패로 돌아가자 이에 따른 책임을 진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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