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현 “OCI와 통합은 '한미 DNA' 지킬 최선의 선택…상반기 내 매듭”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사장 인터뷰
M&A·오픈이노베이션 활성화 등
통합땐 광범위한 투자 기반 확보
수출·신약 개발 등 시너지도 기대
10년 뒤 '韓의 길리어드' 되고파

임주현 한미약품 그룹 사장이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미약품

“법적인 절차가 진행되는 것을 지켜봐야겠지만 한미-OCI 통합은 상반기 내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OCI와 통합 이후에는 재원이 풍부해져 신약개발 완성까지 힘을 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임주현 한미약품(128940)그룹 사장은 2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OCI와의 통합 결정에 대해 “그때로 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임 사장은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미 최대주주 가족이 지분을 일부 매각해 해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신약개발이나 제약업에 대한 이해와 의지가 부족한 펀드에 지분을 파는 것보다는 OCI와의 전략적 제휴가 ‘연구개발(R&D) 명가’ 한미의 DNA를 지켜내고 성장시킬 최선의 길이며 진정한 글로벌 플레이어로 비상할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OCI와의 그룹 통합은 창업자인 임성기 회장의 타계 이후 부과 받은 상속세가 단초가 됐지만 기술수출 과정에서 빅 파마와의 체급 차이에서 오는 협상력, 한미의 재무적 한계 등을 실감하면서 결단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임 사장은 “우리가 좋은 후보물질을 개발해 기술 수출을 하면 상대 회사가 끝까지 개발해주기를 바랐지만 물질의 문제가 아닌 상대 회사의 전략적인 판단으로 개발이 중단되는 점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처음으로 조 단위 기술수출을 연이어 성공시켰지만 일부 후보물질은 반환됐다. 이 중 비알코올성 지방간염(MASH) 신약물질 에피노페그듀타이드는 다시 미국 머크(MSD)에 기술수출됐고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자체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임 사장은 OCI와의 통합은 신약개발 기조를 굳건하게 하고 빅 파마들처럼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에페글레나타이드를 우리 손으로 직접 다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는 국내 임상 3상을 하고 있는데 한국을 비롯해 동남아 시장에서 승인을 고려할 수 있는 곳에서도 함께 진행을 검토하고 있다” 며 “미국 시장에서 임상 2상을 진행 중인 비만치료제 파이프라인 랩스 트리플 아고니스트 역시 적절한 파트너를 만나 기술수출 할 수도 있지만 끝까지 할 수 있는 좋은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말레이시아 등에서 활발히 사업을 진행 중인 OCI의 시장 경험을 바탕으로 동남아 시장에는 만성질환 완제품 등을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완제품이 아닌 신약의 경우 미국 내에서 태양광 사업을 하고 있는 OCI와 긴밀하게 협조하면서 지원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임주현 한미약품 그룹 사장이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미약품

오픈이노베이션이나 인수합병(M&A)도 더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미사이언스 측은 앞서 장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측이 제기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소송 심문기일에서 자금난으로 인한 파트너사 인수 포기 사례에 대해 공유했다. 임 사장은 “이우현 OCI 회장이 투자에 관심이 많은 만큼 오픈이노베이션은 물론이고 파트너사들과 연관돼있는 회사에 대한 투자가 광범위하게 검토될 것으로 본다”며 “M&A 시장에서 막연하게 아이디어로 멈춰 있었던 사안들도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 사장은 10년 후 매출 5조 원 규모의 ‘한국판 길리어드사이언스’를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길리어드사이언스는 타미플루를 개발한 미국 제약사다.


그는 “지금껏 해오던 일을 잘 하는 게 성과라고 생각한다. 임상시험계획(IND) 신청 건수와 진행되고 있는 파이프라인 숫자 등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길리어드가 ‘타미플루’ 등을 통해 체급을 키워 더욱 혁신적인 약물을 지속적으로 세상에 선보인 것처럼 한미도 자체적인 신약개발과 OCI그룹과의 통합을 기반으로 빅 파마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