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R 넘어 수익성 지표 개선해야…연기금·이사회 역할 필요"

[밸류업 한국증시]
◆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
韓 ROE 5.18%로 주요국 최하위권
주주환원 제고 등 자발적 노력 절실

정지헌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가 26일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 1차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주가순자산비율(PBR) 제고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기업 상황에 맞는 다양한 수익성 지표를 중장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26일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 1차 세미나’에서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PBR이 1.05로 주요국보다 낮은 것은 자본수익률(ROE)이 최하위권이기 때문”이라며 “한국의 ROE는 5.18%로 중국(9.76%), 일본(8.63%)보다도 심각하게 낮다”고 분석했다.


이 실장은 △기업의 낮은 수익성 △저조한 주주 환원 △낙후된 지배구조 등을 한국 ROE가 낮은 주된 이유로 꼽았다. 그러면서 ROE 등 수익성 지표의 개선 방안을 공시한 일본 아지노모토를 모범 사례로 제시했다.


아지노모토는 도쿄증권거래소(TSE)에 상장된 시가총액 64위 식료품 기업으로 공식 홈페이지에 사업 부문별 투하자본이익률(ROIC)을 개선할 방안을 마련해 제시했다. ROIC는 기업이 영업 활동에 투입한 자본이 얼마만큼 이익을 창출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이 실장은 “아지노모토는 2030년까지 주당순이익(EPS)을 현재보다 3배 이상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도 공시했다”며 “TSE가 수익성을 파악해 공개할 것을 권고한 덕분”이라 평가했다.


연기금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주문 또한 있었다. 실제 일본 공적연금(GPIF)은 2010년까지만 해도 전체 자산의 11.5%만을 일본 주식으로 보유했지만 2014년 증시 개혁안이 발표된 뒤 보유량을 꾸준히 늘렸다. 지난해 말 기준 GPIF의 일본 주식 보유 규모는 전체의 24.7%까지 불어났다. 이 실장은 “일본 공적연금이 국내 주식 보유를 큰 폭으로 확대하며 주가 상승을 견인한 선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등 주요국 사례를 제시하며 이사회의 책임을 강화할 필요성 역시 언급했다. 미국은 최근 5개년 회계연도의 임원 성과 보수와 재무 성과 간의 관련성을 공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상장사가 이사에게 지급한 보수의 정확한 내역을 연차 보고서에 공개하도록 의무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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