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프랑스의 풍자 만화가가 그려 영국의 잡지에 실린 고종황제의 캐리커처를 볼 수 있는 이색적인 전시가 열린다.
서울 종로구 화정박물관은 내달 5일부터 박물관이 소장한 인물화를 소개하는 '고인물'(古人物)전을 연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는 총 4개 섹션으로 나눠 사람을 중심으로 표현한 그림과 회화, 공예품 등 약 90점을 볼 수 있다. 첫 번째 섹션에서는 조선시대 예조판서와 이조판서 등을 역임한 문신 이정영(李正英, 1616~1686) 초상과 프랑스 화가이자 풍자만화가인 프라이가 그려 1899년 10월 19일 자 영국 잡지 '베니티 페어'에 실린 고종황제의 캐리커처 등이 전시된다. 관람객은 여러 작품을 통해 한국과 중국 초상화의 특징을 한 눈에 비교해볼 수 있다.
두 번째 섹션은 ‘이상적인 삶(Ideal Life)’이라는 제목으로 청렴 고결한 인격, 지조와 절개, 속세를 떠난 은자의 삶 등 옛사람들이 지향했던 이상적인 삶을 살았던 인물의 일화를 묘사한 ‘서원아집도’, ‘동파입극도’ 등의 작품들이 소개된다. 세 번째 섹션에서는 중국 당나라인으로 팔선(八仙) 중 한 명으로 알려진 '여동빈'을 묘사한 지운영의 부우제군부검도(孚佑帝君負劍圖) 등 신선이 된 인물이나 신비한 능력이 있는 승려처럼 신기한 이야기를 다룬 그림을 선보일 예정이다.
마지막 섹션에서는 당시 생활상이나 '삼국지'처럼 당대 인기를 누린 대중문화를 구현한 그림을 볼 수 있다. 특히 중국 청대 강희제 때 궁궐에서 간행된 경직도인 '어제경직도'도 이곳에 전시된다. 경직도는 농사짓는 일을 의미하는 '경'(耕)과 비단 짜는 장면인 '직'(織)을 표현한 그림으로, 자칫 궁궐 안에서 세상의 돌아가는 모습을 모르고 사치 향락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하는 의미로 제작됐다.전시는 6월 30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