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증원을 두고 의료계와 정부가 강대강 대치를 지속하며 환자들이 신음하는 가운데 한의사단체가 슬그머니 '영역확대' 카드를 꺼내들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27일 성명서를 내고 "양의계의 비이성적인 집단행동으로 보건의료체계가 붕괴 위기에 봉착한 현실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며 "충격에 빠져 불안에 떨고 있는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돌볼 수 있도록 한의사의 업무범위 및 필수의료 참여 확대조치를 조속한 시행을 정부 당국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예상치 못한 의료공백으로 큰 불편을 겪고 있는 국민들을 위해 응급의약품 종별 제한을 없애 의료인인 한의사가 이를 활용하도록 하고, 기본적인 예방접종을 한의원에서 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게 한의협의 논리다.
한의협은 “정부가 의료대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한의사와 약사의 직역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의사들은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환영의 뜻을 표한다"며 "국민의 건강증진과 생명보호를 위해 하루라도 빨리 결단을 내리라"고 요구했다. 한의협의 이 같은 주장은 지난 26일 JTBC 등 일부 언론이 '정부가 한의사와 약사가 할 수 있는 일을 더 늘려 이들의 손을 빌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27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한의사, 약사 업무범위 확대 검토)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대통령실에서도 보도 해명자료가 나간걸로 안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한의협은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 의대생 등 의료계가 집단행동을 벌이며 진료현장의 혼란이 가중되자 연일 강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날 성명을 통해서도 "응급실 뺑뺑이로 환자가 숨지는 비극적 사태까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양의계가 자책과 반성은커녕 오히려 대규모 집회로 자신들의 세를 과시하고 대학병원은 물론 일선 의원들까지 진료 총파업에 동참할 것이라며 정부와 국민을 상대로 겁박을 멈추지 않고 있다"며 "양의계가 다시는 이러한 경거망동을 하지 못하도록 보다 강력한 징계와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누차 강조했듯이 한의사들은 최상의 진료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돌볼 모든 준비가 되어있다"며 "정부는 한의사의 업무범위를 과감히 늘리고 필수의료 참여를 확대함으로써 고질적인 대한민국 의료체계의 병폐를 말끔히 치료해야 한다. 3만 한의사들은 기꺼이 정부당국의 방침에 따라 의료인으로서 책무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