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고성능컴퓨팅(HPC) 등 기술의 발전이 고용량 메모리반도체 수요 확대로 이어지면서 D램은 물론 낸드플래시 업계에서도 ‘적층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삼성전자(005930)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12단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처럼 낸드플래시 역시 단 수를 높일수록 성능이 개선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27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낸드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00660)는 300단대 낸드 양산을 위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321단 낸드 제품의 샘플을 공개했던 SK하이닉스는 양산을 위한 막바지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달 14일 이동훈 SK하이닉스 부사장은 “현재 개발 중인 321단 4D 낸드는 압도적 성능으로 업계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최대한 빠르게 개발을 마무리하고 제품을 공급하며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 단기적 목표”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도 300단대 낸드를 세계에서 가장 먼저 양산하는 것을 목표로 제품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회사가 잡고 있는 출시 목표 시점은 올해 상반기로 지난해 SK하이닉스가 발표한 시점보다 1년 앞선다. 삼성전자는 낸드를 적층하는 과정에서 ‘더블스택’ 기술을 적용해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생산 비용은 최소화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평면 구조로 설계돼온 낸드는 2010년 들어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수직으로 쌓는 기술 경쟁 국면에 진입했다. 적층 단수는 곧 데이터 저장 용량과 직결돼 높은 적층 수를 적은 비용으로 효율적으로 쌓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수직 적층 개념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선보이며 시장 초기 격차를 유지해온 곳은 삼성전자다. 2013년 24단 낸드로 1세대 제품을 선보인 후 꾸준히 기술 격차를 유지해왔다. 그러다 2019년부터 추격을 본격화한 후발 주자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최초 타이틀을 가져가며 경쟁이 거세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AI의 발달로 최선단 낸드플래시 제품을 가장 앞서 선보이는 기업이 가져갈 상징성이나 기대 수익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