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젠슨 황 같은 CEO 어디 없소?

엔비디아, 1년새 주가 3.5배 올라 ‘갓비디아’ 애칭
칩판도 바꿀 만큼 위상 커져 ‘엔그리디아’로 불려
‘최고 프로세서’향한 젠슨 황의 비전과 집념 덕분
밸류업도 결국 기업 리더가 중요…기본 돌아가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회사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소개하고 있다. 젠슨 황은 편집증에 가까운 집념과 열정으로 여러 빅테크 중에서도 엔비디아를 차원이 다른 반열에 올려놓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주식은 단연 엔비디아다. 1년 새 주가가 3.5배 올랐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엔비디아를 ‘갓비디아(God와 NVIDIA의 합성어)’로 부른다.


그야말로 엔비디아 천하다. 인공지능(AI) 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엔비디아의 고급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확보하기 위한 기업 간 경쟁은 흡사 전쟁에 가깝다. AI 병렬 연산을 위한 프로세서로 엔비디아 GPU만 한 게 없는 탓이다. 갓비디아의 위력은 프로세서에 한정된 게 아니다. GPU와 짝을 이루는 고대역폭메모리(HBM) 확보 경쟁, GPU를 만들기 위한 파운드리 생산 캐파 확보 경쟁, 파운드리에서도 후공정에 속하는 패키징 설비 확보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칩 세계의 판을 엔비디아가 다시 짜는 상황이다. 모든 기업이 AI 붐에 올라타기 위한 편도 티켓인 양 엔비디아에 구애를 펴고 있다.


이 때문일까. 엔비디아에 또 다른 별칭이 생기고 있다. 바로 ‘엔그리디아(NVIDIA와 탐욕을 의미하는 greed의 합성어)’다. 여기에는 칩 시장을 쥐락펴락할 만큼 위상이 급격히 커지고 있는 엔비디아에 대한 기업들의 견제 심리가 깔렸다.


현재는 서버·검색·전자상거래 업체들이 대안 부재로 칩 하나에 한화 4000만 원이 넘는 최고급 엔비다아 칩을 쓰고 있지만 바로 이 때문에 독자적인 칩 생산에 골몰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등 빅테크는 물론 오픈AI 등 스타트업도 매한가지다.


사실 엔그리디아를 보여주는 결정적 장면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빅테크의 맞춤형 칩 제작 사업에 직접 뛰어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대목이 아닐까 싶다. 엔비디아에 불만인 기업들은 전력 소모나 애플리케이션의 비용 최적화 관점에서 엔비디아의 H100과 같은 값비싼 GPU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이유로 숱한 기업이 브로드컴·마벨 같은 업체의 도움을 받아 맞춤형 AI칩 개발에 나섰던 것인데 이 역할을 엔비디아가 직접 맡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쉽게 말하면 자신의 GPU를 대체할 칩을 만들려는 기업을 엔비디아가 스스로 코치하겠다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역설도 이런 역설이 없지만 젠슨 황의 야망이 얼마나 큰지 새삼 확인하게 된다.


‘최고 프로세서를 만들겠다’는 그의 열망은 과거 엔비디아가 중앙처리장치(CPU) 설계자산(IP)에 강한 암(ARM)을 인수하려는 시도에서 이미 드러난 바 있다. ARM은 모든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에 공평무사하게 반도체 IP를 제공하는 업체인데 엔비디아가 ARM을 먹겠다고 나선 것이다.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하는 순간 ARM은 모기업인 엔비디아를 위한 IP 개발에 매진하게 된다는 이유로 이 시도는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도 “30일 뒤 망한다는 각오로 항상 일한다”는 그의 열정을 꺾지는 못했다. 아니나 다를까 젠슨 황은 ARM 인수 실패 후 얼마 뒤 서버에 들어가는 그레이스 CPU를 출시해 CPU에 대한 관심이 일회성이 아님을 만천하에 알렸다.


젠슨 황의 중국 행보도 유별나다.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 칩의 중국 수출을 잇따라 제재하자 젠슨 황은 마치 규제 당국과 두더지 게임을 하듯 규제를 회피할 중국만을 위한 GPU를 연거푸 내놓았다. 그러면서 “미국 규제가 중국의 AI 굴기를 자극해 미국을 위협할 것”이라는 소신 발언을 쏟아냈다. 맞고 틀리고를 떠나 거대 시장을 잃지 않으려는 그의 집요함은 미국 정부마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이뿐 아니다. 젠슨 황은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엔비디아를 의식해 9000조 원 펀딩을 시도하자 ‘그런 식으로 무지막지하게 자금을 모을 상황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반박했고 팻 겔싱어 인텔 CEO, 리사 수 AMD CEO와는 ‘무어의 법칙이 여전히 유효한가’를 두고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엔비디아의 지향점이 드러나고 그의 빅 팬(Big fan)도 생기고 있다는 생각이다. 젠슨 황처럼 비즈니스에 미친 리더가 보고 싶다. 엔비디아의 멀미 나는 급등세는 젠슨 황의 비전과 집념의 부산물일 뿐이다. 밸류업은 무엇보다 이게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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