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27일 ‘서남권 대개조 구상’을 발표한 것은 서남권이 서울 내 5개 권역 중에서도 가장 낙후된 동시에 잠재력을 갖췄다는 판단 때문이다. 서남권은 영등포·구로·금천·강서·양천·관악·동작 등 7개 자치구를 포함한다.
시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 30년 이상 된 노후 건축물 비율은 지난해 기준 53%로 2015년 29% 대비 24%포인트나 증가했다. 1만 명당 문화시설 수는 1.56개로 서울시 5개 권역 중 가장 낮고 아파트 평당 매매가도 서울시 평균인 4617만 원을 크게 밑도는 3896만 원에 그쳤다. 하지만 서남권의 청년(19~34세) 인구는 73만 7000명으로 5개 권역 중 가장 많은 33%를 차지하는 데다 부천 대장신도시와 인천 검단·계양신도시 등 배후 인구도 향후 약 45만 8000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서해선 철도와 서부간선도로 지하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 경인고속도로 연장 및 지하화 등 광역 인프라도 개선되고 있다.
시는 우선 서남권 내 준공업지역을 재편한다. 준공업지역을 해제하거나 다양한 산업구조 및 다양한 도시 공간 수요에 적합한 ‘융복합 공간’으로 전환한다. 이를 위해 공장과 주거지를 엄격히 분리·개발하는 기존 준공업지역 규제를 개선해 산업·주거·문화 등 다양한 기능 융복합을 허용하고 용적률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시는 도시계획조례 등 제도 개선을 연내 완료해 이를 시행할 계획이다. 특히 준공업지역 내 공장 이전 부지에 무분별하게 아파트 등이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해 250%로 제한했던 용적률을 최대 400%까지 완화해 직주 근접이 가능한 주거지를 조성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년 전부터 비욘드 조닝(beyond zoning)을 언급했지만 (이번 계획 발표로) 용도지역제를 사실상 해체하기 시작한 것”이라며 “준공업지역이 집중적으로 산재해 도시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서남권부터 준공업지역의 기능과 활용의 변화를 시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는 이미 준공업지역 내에 주택단지가 광범위하게 조성된 강서구 염창동 일대에 대해서는 주거지역이나 준주거지역으로 용도지역을 변경해 주거지 내에 적합하지 않은 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막을 방침이다. 이 밖에 현재 들어선 단지들의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이 어려운 등촌동과 가양동 일대 등 노후 공동주택 밀집 지역은 ‘노후계획도시특별법’을 포함한 패키지형 정비계획을 수립해 인프라가 풍부한 신주거단지로 재조성한다.
구로기계공구상가와 구로중앙유통단지 등 과거 수도권 산업 유통 거점 역할을 하던 대형 시설은 도심 물류와 미래형 업무 기능이 융합된 핵심 산업 거점으로 탈바꿈한다. 맞춤형 사전 기획과 인센티브 지원을 통해 민간 중심의 개발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들 시설은 그동안 우수한 입지에도 산업·유통 구조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단일 용도로 비효율적으로 이용되고 있었던 만큼 시는 연내 유통 시설 복합화 기준을 마련하고 내년 시범 사업 후보지 선정 이후 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다.
수도권 도시와 인접한 대규모의 저이용 부지인 ‘온수산업단지’와 ‘금천 공군부대’는 맞춤형 개발로 대대적인 변화를 추진한다. 온수산업단지는 고도 제한 폐지 및 민간 협업을 통한 유연한 개발 지원 등으로 내년에 첨단 제조업 중심 공간으로의 개발 계획을 수립한다. 여러 차례 개발이 무산됐던 금천 공군부대는 용적률과 용도 규제에서 자유로운 ‘공간혁신구역’으로 지정해 첨단 산업과 스타트업 지원 공간, 녹지·문화시설, 도심형 주택 집적지로 개발한다.
벤처기업육성촉진지구로 지정된 낙성벤처밸리 인근에는 ‘관악S밸리 벤처 창업 거점’을 조성한다. 시는 이 일대를 테헤란로와 G밸리를 잇는 스타트업 클러스터로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인공지능(AI) 거점 연구단지와 창업 지원 시설 등이 들어서도록 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개발 구상안을 마련한 뒤 내년에 사업 타당성 조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오 시장은 “서남권의 명성과 자존심을 되찾기 위한 도시 대개조 1탄을 시작으로 권역별 대개조 시리즈가 진행될 계획”이라며 “도시 전체를 획기적으로 혁신하는 도시 대개조를 통해 서울의 도시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