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무지한 행동으로 조합원들께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
부하 직원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를 받고 법의 심판을 받게 된 전북 순정축협 조합장 고모(62)씨가 이 같은 내용의 반성문을 법정에서 읽었다.
고씨는 27일 전주지법 남원지원 형사1단독(판사 이원식)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수감된 방 식구들과 협력하고 그들에게 글씨를 알려주고 도와줬다"면서 "외국인 수감자에게도 반성문을 쓰는 법과 글도 알려주고 수감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나는) 봉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의를 입고 피고인석에 앉은 고씨는 "제게 시간을 허락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천천히 종이에 쓴 글을 읽어 내려갔다.
그는 "먼저 무지한 행동으로 조합원들께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며 "저는 구속 이후 그동안 읽지 못했던 책도 읽고, 지난 인생을 되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고씨는 "밖에서 구명 운동을 하는 조합원님들께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이라며 "조합원 2300명·축협 직원 100명과 소통하고 위로할 수 있도록, 조합장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잠시라도 시간을 주셨으면 한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고씨는 손 편지를 읽다가 목이 멘 듯 잠시 발언을 멈추고 천장을 바라보며 감정을 추스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고씨의 변호인은 "피해자들의 회복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겠다"며 "피고인이 진심으로 자숙하고 미안한 마음을 가진 점을 고려해달라"고 덧붙였다.
고씨는 노동조합에 가입한 축협 직원들을 손과 신발 등으로 여러 차례 폭행하고 깨진 술병으로 위협한 혐의 등으로 법정에 섰다.
그는 재판을 앞두고 '조합원들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도록 선처해달라'는 취지의 반성문을 10차례 재판부에 제출했다.
검찰은 전주지법 남원지원 형사1단독(이원식 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재판에서 고씨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농·축협 조합장이나 상임이사는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직을 잃는다.
고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오는 4월 2일 열릴 예정이다.
고씨는 지난해 9월 순창군의 한 식당에서 신고 있던 신발을 벗어 직원들을 때리고 '사표를 안 쓰면 가만 안 두겠다'는 등의 폭언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조합장으로부터 폭행당했다는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수사에 나섰고, 노동부도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해 폭행과 직장 내 괴롭힘, 부당노동행위 등 18건의 위법 사항을 확인한 바 있다. 당시 노동부는 A조합장이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장례식장에서 만난 직원을 세 차례 폭행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다수의 직원에게 "네가 사표 안 내면 XX 내가 가만 안 둘 판이야", "나 보통 X 아니야" 등의 욕설과 폭언을 퍼부은 사실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검찰은 특수협박 및 특수폭행, 강요, 근로기준법 위반, 스토킹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고씨를 구속기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