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지원 정책만 1600여 개에 달합니다. 육성과 보호라는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이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오동윤(사진)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원장이 27일 서울 영등포구 페어몬트호텔에서 '글로벌 환경 변화와 중소기업'을 주제로 열린 첫 심포지엄에서 이 같은 소신을 말했다. 오 원장은 29일을 끝으로 3년 임기를 마무리한다. 임기 중 마지막 공식 행사에서 그는 경제학자로서 오랜 신념이자 업계를 위한 뼈아픈 조언을 가감없이 내놨다.
오 원장은 ‘왜 중소기업인가’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중소기업 정책이 양적 팽창의 패러다임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기 지원 사업은 중앙부처 530개, 지자체는 1115개에 이른다”면서 “7~8년 새 중소기업 지원사업 예산도 2배 가까이 늘어 현재 35조 원에 달하지만 정작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등 성공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오 원장은 최근 정부가 ‘피터팬 증후군’을 극복하겠다며 양적 지원을 늘리는 정책을 고수하려는 점에 대해 우려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정부의 지원이 부족해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기를 꺼리는 현상이 생긴다고 판단하고 있다면 정말 통탄할 만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보호와 육성이라는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중소기업의 협력과 경쟁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대전환하자고 제안했다. 생계형 중소기업이 요구하는 정책을 만들지 말고, 서로가 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뒤 기업을 시장으로 유인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오 원장은 “헌법에서 ‘국가는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해야 한다’고 명시한 결과 771만 개의 중소기업이 생겨났다. 이는 전세계 주요 국가와 비교할 때 지나치게 많은 수준”이라며 “생계형과 성장형으로 중소기업을 구분하고, 10~20년 후에 제 2의 삼성과 같은 글로벌 기업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성장 의지가 있는 10만 개의 기업을 집중 지원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