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시다 후미오 내각의 지지율이 연일 곤두박질치자 오는 9월 예정된 자민당 총재 선거와 관련한 ‘포스트 기시다’ 후보들의 동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은 집권 여당 총재가 총리를 맡는다. 자민당 내 잠룡들은 정치 자금 스캔들로 파벌이 사실상 해체됨에 따라 정책 스터디의 형태의 새로운 그룹 활동으로 세 결집에 나서는 분위기다.
여론조사 ‘차기 1위’ 이시바 스터디 재개
28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은 전날 ‘국민 보호’를 주제로 스터디 모임을 주최하고 직접 강연에 나섰다. 이시바 전 간사장 주도의 스터디는 지난해 6월 이후 약 8개월여 만이다. 그는 2021년 본인 주축의 파벌인 이시바파(水月會·스이게쓰카이)를 해산하고, 파벌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오찬회 등을 진행해 왔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스터디 재개를 두고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당 안팎에서는 가을 당 총재 선거 출마를 겨냥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본 주요 언론 여론조사에서 다음 당 총재 후보 1위를 달리는 인사인 만큼 세력 구축을 위한 행보가 본격화했다는 것이다.
자민당 내 스터디 활동은 파벌 해산 분위기와 맞물려 목적과 의도에 새로운 의미가 더해지는 상황이다. 자민당은 정치 비자금 스캔들로 질타의 대상이 된 당내 주요 파벌은 물론 정치자금법상 관련 단체를 해산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런 가운데 스터디 그룹의 경우 ‘정책집단으로의 의미’가 제기돼 존속하게 됐다. 핵심 인사들의 당내 지지 기반이던 파벌이 사라지면서 이번 총재 선거는 스터디나 정책 의원 모임 등 다른 형태의 그룹을 통해 세를 결집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하려면 소속 의원 20명의 추천이 필요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의원들을 끌어모으는 정책을 선점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평가했다.
앞서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상은 지난해 11월 ‘일본의 힘 연구회’라는 스터디 그룹을 출범했다. 국력은 외교력과 방위력, 경제력, 기술력, 정보력, 인재력으로 이뤄진다는 전제하에 관련 내용을 월 1~2회 논의하는 모임이다. 그 역시 “어디까지나 순수 정책연구회”라고 모임을 소개했지만, 같은 해 10월 총재 선거와 관련해 “다시 싸우겠다”며 의욕을 내비쳤던 만큼 스터디 발족을 단순한 정책 연구로 보는 시각은 드물었다. 다카이치는 본인 주도 스터디는 물론, 다른 모임에서의 활동도 확대하고 있다. 그는 지난 8일 당내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핵심 정책을 연구하는 ‘보수 단결 모임’ 공부회에 강사로 나서 기밀 정보 보호 등에 대해 강의했다.
또 다른 유력 후보인 고노 다로 디지털상 역시 매주 화요일 정례적으로 공부 모임을 열고 있다.
여성 고위 관료·활약상 등 쇄신 이미지 부각
이런 가운데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도 차기 총리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의 2월 정기 여론조사에서 가미카와 외상은 이시바 전 간사장에 이어 2위에 올랐고, 아사히신문, 산케이신문 조사에서는 이시바,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에 이은 3위를 기록하며 고도 디지털상을 제쳤다. 이에 일본 정계에서는 자민당 내 역학 구도에서 일종의 동맹 체제로 오랜 시간 권력을 잡아 온 ‘고이시카와(小石河) 연합’이 무너지고 반응이 이어졌다. ‘고이시카와’는 고이즈미 신지로, 이시바 시게루, 고노 다로 3인의 이름의 한자를 조합한 말이다. 가미카와 외상은 19년 만의 여성 외상이라는 신선함과 취임 후 활약상 등이 좋은 평가를 받으며 주목받고 있다. 자민당의 한 의원은 아사히신문에 “파벌 문제로 자민당은 안 된다는 낙인이 찍힌 가운데 ‘가미카와라면 쇄신감이 느껴진다’는 기대가 있다”고 밝혔다. 가미카와는 기시다파 소속으로 법무상에 재임 중이던 2018년 옴진리교 사건으로 사형이 확정된 13인에 대한 전원 형 집행에 서명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는 가미카와 외상의 활약을 언급하며 “새로운 스타가 자라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당사자는 이 같은 하마 평에 큰 반응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그는 27일 기자회견에서 차기 총리 출마 의향 질문에 “곁눈질 하지 않고 외상으로서의 직무에 임하겠다. 이것이 나의 솔직한 심정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