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잊고 경력 재설계, 여성 재취업의 선제조건"

이재은 서초여성일자리주식회사 대표
“변화된 시대, 양질의 일자리 접근 가능”
“미래 초점 '경력유보여성'표현 합당”

이재은 서초여성일자리주식회사 대표. 성형주 기자

“경력유보여성이 과거의 스펙과 보유하고 있는 자격증만 믿고 취업을 하려면 어렵습니다. 보유한 역량을 긍정하되 현재 자신에게 취약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수용적인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재은 서초여성일자리주식회사 대표는 2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동안 일을 쉬었다 취업에 도전하는 여성들을 향해 이같이 말했다. 현재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공학 박사로 대학에서 겸임교수로도 활동했던 그 역시 경력단절을 경험하면서 새로운 경력을 설계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상황을 겪는 여성들의 경력 리모델링과 일자리 제공을 위해 2021년 서초구가 출자한 여성일자리주식회사의 대표로 취임했다. 이 회사는 경력단절여성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발굴하고 관련 사업을 운영함으로써 직접 고용을 통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카페도 운영하고 있으며 플랜테리어(식물 인테리어) 매니저, 교육기획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자리를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경력단절여성’이라는 용어를 요즘에는 ‘경력보유여성’이라고 바꿔 부르지만 이 대표는 ‘경력유보여성’이라고 표현한다. 이 대표는 “경단녀는 사회 소외 계층이라는 어감이 강해 서울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경력보유여성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무경력 여성이나 자신의 경력과 상관없는 직종에서 일했던 이들의 특수성을 살리지 못한다”며 “이에 여성일자리주식회사에서는 과거보다 현재와 미래에 초점을 맞추고 개인의 경력 선택권을 강화하는 의미에서 경력유보여성이라는 용어를 쓴다”고 설명했다.


경력유보여성 문제에서 항상 대두되는 게 양질의 일자리다. 이 대표 역시 여성들의 일자리를 제공할 때 고민하는 부분이다.


그는 “양질의 일자리 부족은 비단 경력유보여성뿐 아니라 모든 계층의 문제”라며 “대학 졸업자가 바로 취업하지 않고 다시 의학전문대학원이나 로스쿨에 몰리는 것도 양질의 일자리가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양질의 일자리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양질의 일자리는 개인의 만족도와 성장에 포인트를 맞춰야 하고 지금 내가 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일자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력이 단절되더라도 재교육을 통해 경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전문직에 준하는 역량 강화가 우선 돼야 한다”며 “지자체를 비롯해 대학, 지역사회가 여성 구직자가 만족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평생교육·직업교육을 시행하고, ‘취업-승진-정년퇴직’ 트랙을 선호하지 않는 인구가 증가한 만큼 스스로 경력을 지속적으로 설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취업을 준비하는 여성들에게 ‘배우’와 같은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배우들은 한동안 작품 섭외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해서 ‘경력단절’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며 “그들은 활동을 하지 않을 때 언젠가는 섭외가 들어올 출연작을 기다리면서 자신의 연기력을 더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마지막으로 “과거의 경력이 현재에 통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며 “스스로를 철저히 분석하면서 경력이 단절된 사이 시대와 근무 환경,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 스킬 및 태도도 바뀌었다는 점들을 인정하고 다시 배우려는 겸손한 마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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