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집단사직하고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제시한 복귀 시한을 하루 앞두고 일부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에 복귀했다. 한편에서는 기존 전공의들의 의견과 다른 생각을 가졌다는 SNS 계정이 개설되기도 했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 건국대학교병원 소속 전공의 12명이 지난 26일 복귀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2년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집계 기준 건국대병원 전공의 수는 인턴 29명, 레지던트 169명 등 총 198명이다.
건국대병원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지난 월요일에 돌아온 것으로 판정된 전공의들이 12명이었다"며 "전공의들은 스케줄 따라 근무하기 때문에 현재 병원에 있는지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예비 인턴'이 임용 포기를 번복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인턴은 내달부터 병원에서 수련을 시작해야 하는 '막내 전공의'들이다. 사태가 시작되자 선배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에 힘을 보태려 임용을 포기하는 분위기가 널리 퍼져있었다.
한양대병원에선 전날 인턴 2명이 임용 포기를 '취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한양대병원 인턴 정원은 40명이다.
아직 뚜렷한 의사를 표현하지는 못했으나 복귀를 고민하는 전공의도 더러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시내 한 상급종합병원 교수는 "아직 뚜렷한 움직임은 없지만, 일부 전공의들을 중심으로 '언제쯤 돌아가야 하는 거냐'는 의문이 제기된다고 한다"고 전했다.
일부 전공의의 복귀 속에 최근에는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전공의'를 표방하는 인스타그램 계정도 개설됐다.
해당 계정 운영자는 스스로를 '2024년 의대생의 동맹휴학과 전공의 파업에 동의하지 않는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모임'이라고 소개했다.
운영자는 자신이 올린 게시글에서 "의대생의 경우 집단 내에서 동맹휴학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색출하여 낙인찍고 있으며, 찬반의 문제 이전에 어떤 정보도 얻지 못한 채 선배의 지시를 기다려야만 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 운영자는 "위기에 놓인 환자들을 위해, 집단행동에 휩쓸리고 있는 의대생·전공의를 위해, 더 나은 의료를 고민하는 시민들을 위해 활동하고자 한다"고 했다.
해당 계정에는 '의사를 사칭하는 게 아니냐'는 취지의 댓글이 달리는 중이다.
다만 대부분의 병원은 아직 전공의들의 복귀를 체감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이른바 '빅5'로 불리는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등은 아직 전공의들의 뚜렷한 복귀 움직임은 드러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전날 정부가 '복귀한 전공의들이 꽤 있다'고 언급하면서 젊은 의사들이 동요하기도 했으나, 다시 잠잠해졌다는 게 주요 병원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수련병원 병원 관계자는 "전공의들은 대개 진료과별로 움직이기 때문에 복귀하더라도 일괄적으로 파악하기는 어렵고, 이들의 복귀 여부는 병원에서도 민감한 사안으로 취급하고 있다"며 "누군가에게 자극이 될 수도 있고, 좋지 않은 방향으로 확산할 수도 있어서 공개하기 꺼리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에 따르면 26일 오후 7시 기준 사직서를 제출한 전국 주요 99개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들은 9909명으로, 전체 전공의의 약 80.6%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의료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오는 29일까지 복귀한다면 정상참작 해주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에 응하지 않을 시 면허정지 처분과 사법절차에 착수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