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미국 국립암연구소와 협력해 유전자 치료제와 ‘전령 리보핵산(mRNA)’ 백신의 효능을 결정하는 RNA 조절 기전을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RNA 기반 첨단 신약 개발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김빛내리(사진) RNA 연구단 단장, 유진 발코프 미국 국립암연구소 박사, 이영석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등 공동 연구팀이 자체 개발한 단일 핵산 분석법을 적용한 mRNA 분해의 새로운 조절 기전을 찾았다고 28일 밝혔다.
mRNA는 긴 단일 가닥 RNA 분자로 DNA에 보관된 유전정보를 단백질에 전달하는 매개체다. 쉽게 말해 단백질의 ‘생산 설계도’와 같다고 볼 수 있다. 코로나 mRNA 백신은 약 4000개의 RNA 분자로 이뤄져 있으며 코로나 스파이크 단백질의 유전정보와 다양한 RNA 변형을 활용해 스파이크 단백질 생산을 조절하도록 설계돼 있다. 결국 RNA 기능과 조절에 따라 유전자 치료제 및 mRNA 백신의 효능이 결정되는 셈이다.
연구진은 다양한 RNA 조절 인자 중 특히 mRNA 꼬리에 주목해왔다. 그동안 RNA 변형의 결과인 mRNA 꼬리는 그 변형의 특이한 행태로 인해 생화학 실험과 정량적 분석에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진은 자체 개발한 단일 핵산 분석법을 활용해 세계 최초로 mRNA 꼬리가 분해되는 속도를 단일 핵산 단위로 측정하는 데 성공해 mRNA 꼬리의 새로운 분해 기전을 규명했다.
연구진은 먼저 mRNA 분해를 유도하는 ‘탈아데닐 복합체(CCR4-NOT)’를 이용한 탈아데닐화 시스템을 개발하고 단일 염기 단위의 분해반응을 수학적으로 모델링해 혼합 꼬리 분해 효과를 정량화했다. 그 결과 복합체의 구성 요소들이 비아데닌 염기에 의해 특정 위치에서 막혀 분해 속도가 조절되는 것을 밝혀냈다. 비아데닌 염기가 일종의 ‘과속방지턱’ 역할을 한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김 단장은 “mRNA 안정성 조절과 유전자 발현 메커니즘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라며 “혼합 꼬리에 기반한 다양한 유전자 치료법 연구와 RNA 첨단 신약 개발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는 분자생물학, 생화학 및 수학 분야가 만나 이룬 융합연구의 결실”이라며 “미래 바이오공학 및 첨단바이오 분야의 발전을 위한 공동 연구의 중요성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