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안관계 절대 타협 없어…'하나의 중국' 앞세워 군사력 증강

위기의 중국, 시진핑의 해법 <하>미중 대결 구도 속 중국의 선택은?
대만 총통 '反中' 라이칭더 당선
對대만 전략, 5월 이후 내놓을듯
차기 외교부장 메시지에도 관심
러-우크라 전쟁선 '중재자' 자처
'美 중심' 서방에 맞서 우군 확대
국방비 증액, 올해도 7%대 전망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 시간) 캘리포니아주 우드사이드 ‘파일롤리 에스테이트’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회담에 앞서 손을 흔들고 있다.연합뉴스

지난해 3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마지막 날 14기 전인대 1차 회의 폐막식 연설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대만 독립을 결연히 반대하고 대만 통일 과정을 확고히 추진할 것”이라며 양안(중국과 대만)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역대 어느 지도자보다 통일에 대한 열의를 강조하고 있다. 헌법까지 바꿔 3연임을 넘어 장기 집권의 토대를 다진 것 역시 임기 중 반드시 대만 통일을 이루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하나의 중국’ 원칙 속 강경 기조 이어갈 듯=올해로 신중국 건국 75주년을 맞은 중국은 ‘하나의 중국’을 내세우며 대만 문제에서는 한 치의 양보도 허락하지 않을 정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 1월 대만 총통 선거에서 반중 노선의 민주진보당 라이칭더 부통령이 당선된 만큼 올해 양회에서는 대만을 향한 한층 강경한 메시지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중 양국의 정상이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났을 때도 시 주석은 대만 문제부터 꺼내들었다. 시 주석은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라며 대만을 지목하고 미국이 대만에 대한 무기 지원을 중단하고 대만 독립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이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대중 반도체 수출 금지와 투자 제한 등 공급망 배제 움직임을 보여 경제 분야에서 중국과 대립하는 것 이상으로 대만 문제는 미중 양국이 대결 구도를 이어가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양회에서도 이 같은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양회와 달리 시 주석의 직접 연설은 없지만 업무 보고나 외교부장의 기자회견을 통해 대만 이슈는 주요 문제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양회에서 리커창 총리는 “‘하나의 중국’ 원칙과 92공식을 고수하고, 단호하게 독립을 반대하고 통일을 촉진해야 하며, 양안 관계 평화 발전과 조국의 평화·통일 과정을 진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전과 달리 “대만 동포의 복지(행복과 혜택) 제도와 정책을 완비하고 늘려야 한다”며 다소 유화된 표현을 사용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이를 두고 올해 1월 있었던 대만 총통 선거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도 있었으나 중국의 바람과 달리 라이 부총통 당선으로 민진당이 정권 연장에 성공했다. 올해 양회에서는 중국이 대만을 향해 보다 강경한 입장을 내세울 것이라는 관측 속에 5월 라이 당선인의 취임식 이후 중국이 대만에 취할 전략을 구체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랑 외교’ 대신 정통 외교로 돌아서나=이런 가운데 차기 외교부장으로 거론되는 류젠차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기자회견에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류젠차오는 친강 낙마 이후 왕이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이 겸하고 있는 외교부장 발탁에 유력시되고 있다. 양회 기간 열리는 중국 외교부장의 기자회견은 중국의 외교 기조와 대외 전략을 엿볼 수 있다. 지난해 친강 외교부장은 양회 도중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만 문제를 거론할 때 미리 준비한 중국 헌법을 들어보이며 ‘대만은 신성한 영토의 일부’ ‘조국 통일 사명’ 등의 헌법 서문을 소개했다. 또 미국을 향해서는 대만을 이용해 중국을 압박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정치적 약속을 엄수하라는 등 대미 강경 메시지를 쏟아냈다. 친강은 전랑(늑대전사) 외교의 대표적 인물로 꼽혔지만 신임 외교부장으로 거론되는 류젠차오는 싸움닭보다는 온화한 성품의 정통 외교관 스타일로 평가 받는다. 이달 14일 뉴욕타임스(NYT)는 외국인 투자 감소에 직면한 중국이 미국과 유럽에 대한 이미지 쇄신을 추구해왔다며 류젠차오의 발탁은 중국이 전랑 외교에서 벗어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정세 불안 등에서도 중국은 글로벌 리더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미국과 끊임없이 대결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년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국이 러시아를 측면 지원했다는 이유로 중국 및 홍콩 기업을 제재하며 중국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 표면적으로는 중립을 유지하며 평화를 촉구하는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면서도 미국 등 서방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민주주의 진영의 리더인 미국을 중심으로 서방국가들이 힘을 모으는 것에 맞서 중국도 우군 세력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높은 독일·프랑스·호주 등 약한 고리를 적극 공략하는 모양새다. 지난해에 이어 브릭스(BRICS) 국가들로 세력을 확장하며 미국 중심의 주요 7개국(G7) 질서를 재편하려는 속내도 감추지 않고 있다.


대중 외교가 한층 약화된 것으로 평가받는 한국 입장에서도 중국과의 외교 관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은 지난해 양회에서 한반도 문제를 거론하지 않거나 외교부장, 국무원 총리 기자회견에서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 기회조차 주지 않는 등 철저한 외면 전략을 펼친 만큼 올해도 같은 행보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미중 갈등 구조가 완화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국의 국방 예산 증액도 관심을 모은다. 중국의 국방 예산은 2016년 이후 꾸준히 7%대 이상을 유지하다가 코로나19가 유행하던 2020~2021년 6%대로 잠시 주춤했으나 다시 2022~2023년 7%대를 회복했다. 중국은 인민해방군 건군 100주년이 되는 2027년을 목표로 실전 군사훈련과 전투 태세를 강화하는 등 군사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만큼 올해 7%대 국방비 증액이 점쳐진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