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철 LG전자 사장 "3년내 美 B2B가전 톱3 도약"

美 최대 주방·욕실 전시 KBIS 2024
스마트홈 기술력 등 차별화 강점
GE·월풀 아성에 도전장 내밀어
관세장벽 대책 마련에도 자신감

“올해를 미국 기업간거래(B2B) 생활 가전 시장 공략의 원년으로 삼고 현재 5~6위 권에 머물고 있는 북미 B2B 시장에서 3년 내 제너럴일렉트릭(GE)·월풀에 이은 3대 공급사로 도약하겠습니다.”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은 27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진 ‘KBIS 2024’ 기자 간담회에서 “그간 소비자 대상인 B2C 시장 중심으로 성장했던 북미 가전 사업을 B2B로 확장해 신성장 동력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KBIS는 북미 최대 주방·욕실 박람회다. LG전자는 2016년 KBIS에서 초프리미엄 빌트인 제품군인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를 처음 선보이고 글로벌 고급 가전 시장을 공략해왔다. 8년간 쌓은 고급 가전 역량과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보수적인 건축업자 대상 B2B 시장에 본격 진출하겠다는 것이다.



27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KBIS 2024’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 사진 제공=LG전자


LG전자는 2021년 미국 월풀을 제치고 명실상부한 글로벌 생활 가전 매출 1위 기업에 올랐다. 그러나 북미에서 LG전자의 인지도는 B2C 영역에 한정된 것이 현실이다. 400억 달러(약 53조 5000억 원)에 달하는 미국 생활 가전 시장에서 B2B 시장은 70억 달러(약 9조 3400억 원)를 차지하는 것으로 LG전자는 추정하고 있다. 류 사장은 “북미 생활 가전 시장 20%가량을 차지하는 B2B 영역에서는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B2B는 B2C와는 다른 영업·공급망이 필요해 진입장벽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건설사를 대상을 한 영업이 필요한 데다 프리미엄 가전 위주인 B2B 시장은 GE·월풀 등 북미 정통 생활 가전 기업의 마지막 아성이다. 북미 건설사들은 수십 년간 검증된 ‘올드보이’들을 선호해 거래처를 교체하는 데 소극적이다. 땅이 넓고 주별 독립성이 강한 미국의 특성상 전국을 아우르는 건설사도 드물어 각 지역별 영업망도 필요하다.


역으로 B2B 시장 공략에 성공한다면 GE·월풀 등을 제치고 북미 생활 가전 완전 장악이 가능하다. B2B 가전 시장은 보수적인 만큼 한번 진입에 성공하면 거래가 끊길 일이 드물다. 안정적인 매출이 확보되는 것이다. 또 고급 주거 시설에 빌트인 가전이 보급되면 추가적인 마케팅 없이도 장기적인 브랜드 인지도가 확보된다. LG전자가 B2B 시장에 본격 진입하려는 이유다.


류 사장은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출시를 통해 프리미엄 브랜드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고 B2B 시장을 뚫기 위해 지난해 전담 조직을 만들어 100명에 가까운 인력을 영입했다”며 “이제 B2B에서 결실을 낼 시기”라고 강조했다.


LG전자가 내세우는 강점은 차별화다. 특히 정보기술(IT)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살린 마이크로소프트(MS)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반의 스마트홈 기술력에서 가전에 머물고 있는 타사를 앞선다는 설명이다. 류 사장은 “B2B 시장이라고 최종 사용자가 다르지는 않다”며 “미래 가전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AI 스마트홈의 기술력 등 차별화된 제품 경쟁력을 앞세워 B2C에서의 성공 사례를 다시 쓰겠다”고 말했다.


텃밭을 빼앗기고 있는 북미 가전 업계는 LG전자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을 견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되면 2018년 세탁기 등에 적용됐던 관세 장벽(세이프가드)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류 사장은 이번에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그는 “당시 테네시 공장의 가동을 서두르며 많은 교훈을 얻었고 돌아보면 미국 공장을 일찌감치 가동한 것이 신의 한 수가 됐다”며 “과거 수업료를 내며 얻은 훈련으로 관세 장벽 등의 리스크도 기회로 삼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 있다”고 자신했다. 나아가 북미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유럽 B2B 시장 공략에도 나서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