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생존 전략 초비상'…핵심 과학기술 中에 첫 추월 허용

11대 중점 과학분야 평가서 中에 밀려
우주·항공, 양자분야서 기술 크게 뒤져
미국과는 3.2년…이차전지는 세계 1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민간위원 오찬 간담회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이 핵심 과학기술 11대 분야의 기술 수준에서 처음으로 중국에 추월당했다. 중국이 2차전지를 비롯해 인공지능(AI)과 양자, 차세대 통신 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이면서 미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힌 반면 한국은 2차전지만 1위를 차지했을 뿐 우주항공·해양과 양자 등 분야에서 현격하게 낮은 기술 수준을 보이면서 거의 제자리걸음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와 2차전지, 바이오, 양자 등을 중심으로 국가 간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과학기술에 대한 보다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9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제57회 운영위원회를 열고 ‘2022년도 기술 수준 평가 결과안’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번 평가는 중점 과학기술 11개 분야, 국가적 핵심 기술 136개에 대해 주요 5개국의 논문과 특허를 분석한 정량 평가 및 전문가 1360명의 정성 평가를 종합해 실시됐다. 기술 수준 평가는 건설·교통, 재난안전, 우주항공·해양, 국방, 기계·제조, 소재·나노, 농림수산·식품, 생명·보건의료, 에너지·자원, 환경·기상, 정보통신기술(ICT)·소프트웨어(SW) 등 11대 분야의 중점 과학기술을 대상으로 2년마다 이뤄진다.




평가 결과는 최고 기술 보유국인 미국을 100%로 보고 상대적인 수준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제시됐다. 유럽연합(EU) 94.7%, 일본 86.4%, 중국 82.6%, 한국 81.5% 등 순이다. 2020년 기술 수준 평가에서 한국은 미국 대비 80.1%로 중국(80.0%)을 간신히 앞섰지만 2년 만에 역전을 허용했다. 한국이 중국에 기술 수준이 밀린 것은 평가 결과 비교가 가능한 2012년 이후 처음이다. 기술 격차에서도 한국과 중국은 2020년 조사에서 나란히 미국보다 3.3년 뒤처졌다고 분석됐지만 이번 평가에서는 중국이 3년으로 한국(3.2년)을 앞섰다. 중국이 2년 새 약진한 반면 한국은 거의 제자리걸음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남 고흥에 위치한 나로우주센터 발사통제동에서 관제요원들이 우주로켓 나로호 발사를 통제하고 있다. 사진 제공=항우연

12대 국가전략기술 분야별로는 한국은 반도체·디스플레이와 2차전지, 수소 분야에서는 중국에 비해 우위를 보였으나 양자, AI, 우주항공·해양 분야에서는 현격한 차이로 열세를 보였다. 한국의 기술 수준은 2년 전 대비 9개 분야에서 향상됐으나 우주항공·해양, ICT와 SW 분야는 하락했다. 우주 분야 기술이 대형 다단연소사이클엔진, 우주관측센싱 등 미래·도전적인 국가전략기술로 변경됐고 ICT와 SW 분야도 양자컴퓨팅, 양자센싱, AI 인프라 고도화, 전력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로 변경된 점이 반영된 영향이다.


국가 핵심 기술 136개 중 국가전략기술 50개를 대상으로 한 세부 평가에서도 중국과의 격차는 컸다. 미국을 100%로 볼 때 EU 92.3%, 중국 86.5%, 일본 85.2%, 한국 81.7% 순으로 평가됐다. 한국은 2차전지 분야에서 최고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됐지만 우주항공·해양은 미국 대비 55%, 양자는 65.8% 등으로 상당한 열위를 보였다.


과기정통부는 “평가 전문가들은 초격차 유지 및 미래 생존 필수 기술 확보를 위해서는 기술별 강·약점, 분야별 정책 수요를 파악해 기술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평가 결과는 각 부처와 연구기관 등에 배포돼 부처 차원의 과학기술 정책 수립, 연구개발(R&D) 사업 기획 등의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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