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못하면 지분 안 줘"…아버지 불호령에 그룹 장악 나선 MZ오너 [헤비톡]

이규호 코오롱그룹 부회장.

"경영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주식을 한 주도 물려주지 않겠다."


이웅렬 코오롱(002020)그룹 명예회장은 2018년 전격 은퇴를 발표하면서 장남인 이규호 부회장이 경영 능력을 입증하지 못하면 주식을 물려줄 수 없다고 공언했다. 당시 전무였던 이 부회장은 이후 초고속 승진으로 그룹 총수 자리에 한 발짝 다가섰지만 여전히 보유한 지분은 없다.


계열사에서 차곡차곡 경영 수업을 받아온 이 부회장은 올해부터 그룹 오너로서의 경영 보폭을 본격 확대한다. 지주사 전략 부분 대표를 맡아 그룹사는 물론 계열사 전체의 미래를 그리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를 위해 코오롱, 코오롱인더(120110)스트리, 코오롱글로벌(003070) 등 지주사와 주력 계열사의 사내이사에도 이름을 올린다. 이 부회장이 그동안 등기이사로 활동한 적은 대표이사를 맡았던 코오롱모빌리티가 유일했다.


사내이사가 되면 그룹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룹 경영 전반의 지배력을 높여 오너 4세로서의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공장 전경.

1984년생인 이 부회장은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공장에 차장으로 입사하며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이후 코오롱글로벌 부장, 코오롱인더스트리 상무보, 코오롱 전략기획담당 상무 등을 거치며 그룹의 주요 사업을 경험했다. 2021년에는 지주사 최고전략책임자(CSO)를 겸직하며 코오롱그룹의 수소사업 밸류체인 구축을 이끌고 코오롱그룹의 미래 전략 수립을 주도했다.


2022년 연말 인사에서는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코오롱글로벌 내 자동차 부문을 분할해 신설법인인 코오롱모빌리티를 출범시켰고 계열사 첫 수장 자리를 맡았다. 코오롱모빌리티는 출범 첫 해 매출 2조 4030억 원을 기록하며 높은 경영 성과를 올렸고, 유통 판매 중심의 사업구조를 개편 확장해 종합 모빌리티 사업자로 한단계 도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지난해 승진과 함께 지주사 전략부문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경영 능력 입증을 위한 첫 단계는 통과했다는 분석이다. 지주사 전략부문은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계열사 전체를 들여다보며 사업 전략을 짜야하는 만큼 이번 주력 계열사 사내이사 선임도 경영 보폭 확대를 위한 작업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다음달 지주사 코오롱과 주력 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글로벌의 사내이사로 선임된다. 사내이사가 되면 그룹의 전반적인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전까지 이 부회장은 대표이사를 맡았던 코오롱모빌리티 이외에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린 적은 없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주력 계열사의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이끌어 갈 수 있는 효율적 의사결정 구조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 성장동력을 찾아 경영 능력을 입증하는 것은 승계를 위해서도 필수다. 현재 이 부회장의 코오롱 보유 지분은 전혀 없다. 지주사 코오롱의 최대주주는 지분율 49.74%를 보유한 이웅렬 명예회장이다. 이 명예회장은 “(이 부회장이) 경영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주식은 한 주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경영능력을 입증하려면 확실한 실적이 필요하다"며 "올해부터 주력 계열사들의 사업 전반을 뜯어보며 승계를 위한 입지를 다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