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의정부갑 현역 의원으로 일찌감치 이번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 지도부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오 의원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략공관위의 원칙 없는 의정부갑 지역구 경선 결정은 결코 용인할 수 없다”며 “참으로 부끄럽다. 의정부 시민과 당원 여러분 앞에 차마 고개를 들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우리 의정부에 자랑스러운 후보를 모시고 민주당 승리를 일군 뒤 떠나는 것이 저의 마지막 바람이었다”며 “필승의 후보를 낼 것이라던 당 책임자들의 호언장담은 어디로 간 것이냐”고 했다.
오 의원은 “총선을 앞두고 당에서 첫 번째 영입한 인재를 낯선 지역에서, 더구나 30여년 조직을 일구어온 아버지를 둔 인사와 경선을 치르게 하는 것은 대체 어떤 전략적 판단이 담긴 것이냐”고 되물었다. 전략공관위는 이날 의정부갑에서 영입 인재 1호인 박지혜 변호사와 문희상 전 국회의장의 아들인 문석균 김대중재단 의정부지회장이 경선을 치른다고 발표했다.
오 의원은 “당내 공천 과정에서 명분 없는 숙청과 부끄러운 사당화 논란 속에서도, 오로지 당을 향한 충정과 애당심으로 마지막까지 헌신하며 저에게 일할 기회를 주신 의정부 시민들의 마음만큼은 지켜내고 싶었다”며 “이런 결정을 내린 당 대표와 지도부는 대체 총선 승리에 대한 의지가 있는 것이냐”고 했다.
그는 “지금 이 시각 의정부 시민들의 조소와 당원들의 원망과 항의가 쇄도한다”며 “즉각 경선 결정을 철회하지 않으면 지역 당원들에게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저는 민주당에 대한 마지막 기대가 무너질 수밖에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오 의원이 이 같은 목소리를 낸 것은 이날 발표된 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의 전략경선 방침에 반발하면서다. 이날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전략공관위원장은 서울 여의도 당사 브리핑에서 이런 내용을 포함한 전략공천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략공관위는 의정부갑 영입 인재 1호 인사인 박지혜 변호사와 문희상 전 국회의장의 아들인 문 지회장의 경선을 통해 후보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의정부갑 지역구는 문 전 의장이 6선을 지낸 지역구다. 그의 아들인 문 지회장은 지난 총선 때 이 지역 출마를 준비했지만 ‘컷오프’가 결정되자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했었다.
전략공관위의 발표에 의정부갑 지역위는 “문 예비후보는 4년 전 중앙당의 전략공천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며 지역을 분열시킨 중대한 해당행위의 장본인”이라며 “문 예비후보의 국민경선 참여 결정을 즉각 철회하고 경쟁력 있는 유능한 후보를 신속히 공천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오 의원은 지난해 4월 이번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오 의원은 남은 국회의원 임기를 마친 뒤 다시 소방관으로서 현장에 돌아가겠다는 계획이다.
오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에서 같은 해 3월 전북 김제에서 일어난 화재 사건을 언급하며 “주택 안에 사람이 있다는 말 한마디에 주택 화재 현장에 뛰어든 순직한 만 29세, 또 한 명의 젊은 소방관의 유골을 현충원에 묻어야 했다”면서 “그 자리에서 저는 더 이상 버텨낼 여력이 없는 저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였다”고 불출마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재난으로 인한 비극을 더욱 줄이기 위해 정치에서 제가 계속 역할을 해야 한다는 오만함도 함께 내려놓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