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 2024] 촉·미·청각까지 몰입…‘비욘드폰’ XR 대전 활활

애플·메타 이어 업종불문 경쟁
맞는 느낌 나는 가상 피구부터
맛 재현, 공간음향, AR광고까지
반지·옷핀 등 신종 웨어러블도
플라잉카 등 신기술 향연 펼쳐져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폐막한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에서는 차세대 모바일 기기인 확장현실(XR) 기술 경쟁이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였다. 애플이 ‘비전프로’를 출시하고 메타도 LG전자 등과 손잡고 기술 고도화에 나선 가운데, MWC에서는 통신, 반도체, 기기, 스타트업 등 업종을 불문한 참가사들 간 기술 경쟁이 펼쳐졌다. 특히 디스플레이 위주의 시각 기술뿐 아니라 촉각, 미각, 청각까지 몰입도를 높이는 기술들이 이목을 끌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MWC 2024가 열린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그란비아 전시장의 텔레포니카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촉감을 재현하는 특수조끼를 입고 XR 피구 경기를 펼치고 있다. 바르셀로나=김윤수 기자

MWC가 열린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그란비아 전시장의 텔레포니카 부스(전시관)에서는 XR 스포츠 ‘텔레포니카 엣지 햅틱(촉각) 아레나’를 구경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참가자 두 사람이 3차원(3D) 안경과 방탄조끼 같은 특수조끼를 착용한 채 허공에 대고 무언가를 던지는 시늉을 하고 있었다. 가상의 공을 상대방에게 맞춰 더 많은 점수를 얻는 일종의 피구 경기였다. 특수조끼는 촉각 구현 기능이 있어서, 상대방이 던진 가상의 공을 맞으면 실제로 타격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텔레포니카는 “광섬유를 결합한 엣지 컴퓨팅 기술과 엔비디아 클라우드 기술을 접목해 지연 시간을 최소화했다”며 “게임과 이스포츠뿐 아니라 교육, 엔터테인먼트, 훈련, 재활치료 등에도 이 기술이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3관에서 도이치텔레콤도 ‘유료 2024’ 후원사로서 경기 관람 티켓을 걸고 대형 스크린 속 과녁에 가상의 공을 맞추는 축구 경기를 개최해 관람객의 이목을 끌었다. 중국 스마트폰 기업 테크노는 윈도 운영체제(OS) 기반으로 XR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게임용 글래스(안경형 기기) ‘포켓 고’를 선보였다. 화웨이도 돈황 사원 등의 관광지를 XR로 체험해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MWC 2024가 열린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그란비아 전시장의 도이치텔레콤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XR 축구 게임을 체험하고 있다. 바르셀로나=김윤수 기자

지난달 28일(현지시간) MWC 2024가 열린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그란비아 전시장의 테크노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XR 게임기 ‘포켓 고’를 플레이하고 있다. 바르셀로나=김윤수 기자

시각 외 다른 감각을 인공적으로 구현해 XR 몰입도를 높이는 기술들도 전시됐다. 일본 통신사 NTT도코모 부스에서는 ‘필 테크’ 기술을 체험하려는 관람객들이 대기시간 30분이 넘는 대기줄을 이뤘다. 글래스와 함께 열 손가락에 끼우는 촉각 전달 장비를 착용하면 가상현실 속 사물에 손을 가져다댔을 때 그것을 만지는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체험 참가자들은 허공에 손을 휘저으며 가상의 강아지, 나무, 바위 등을 만져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세세한 느낌을 구현하지는 못해도 무언가를 만졌을 때 느껴지는 위치감이나 무게감, 잡아당기는 느낌 등은 그럴듯하다는 게 체험자들의 반응이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MWC 2024가 열린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그란비아 전시장의 NTT도코모 부스에서 손가락 촉각이 구현된 XR 기기를 한 관람객이 체험하고 있다(왼쪽). 오른쪽 사진은 촉각 재현 장비를 한 손가락에 착용한 모습. 바르셀로나=김윤수 기자

촉각 전달은 전기 신호를 피부에 가해지는 압력으로 바꿔주는 압전 센서를 활용한 기술이다. NTT도코모는 의료는 물론 온라인으로 옷을 구매할 때 그 원단의 느낌을 원격으로 경험하는 식으로 인간 감각에 의존하는 다양한 분야에서 이 기술을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회사는 또 이를 포함한 ‘인간 증강 플랫폼’에 음식의 맛을 구현하는 인공 미각 기술도 선보였다. 원하는 맛을 명령하면 그에 맞춘 맛 성분을 조합한 음료를 만들어준다.


국내 기업 중에는 스타트업 가우디오랩과 아티젠이 이목을 끌었다. 텔레포니카가 NTT도코모가 촉각이라면 가우디오랩은 XR의 청각을 보완하는 기술을 가졌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콘서트나 경기장 등 현장에 있는 듯한 입체적인 소리를 구현하는 공간음향 기술이다. 특히 이번 MWC에서 가우디오랩은 음원의 실시간 소음제거가 가능한 ‘저스트 보이스 라이트’ 서비스를 선보였다. 소음 파동과 반대되는 파동을 내뿜어 서로 상쇄시키는 무선이어폰의 액티브노이즈캔슬링과 달리 음원 속 소음을 AI가 실시간으로 골라내 제거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사용자가 자신의 외부 소음뿐 아니라 화상 회의 중 상대방 주변에서 들리는 소음도 없앨 수 있다는 장점을 가졌다. 실제로 해당 기술을 시연해보니 AI가 사람 목소리만 남기고 배경 소리를 거의 말끔이 없앤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실시간 처리는 안 되지만 음악의 경우 악기별 소리까지 따로 구분해 음량을 키우거나 줄이거나 없애는 것도 가능하다. 회사 관계자는 “XR 기기를 사용할 때 사용자의 몰입을 방해하는 것이 바로 소음”이라며 “XR 상용화 과정에서 이 같은 청각 기술 역시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티젠의 증강현실(AR) 기술로 불가리 잡지 표지에 영상 광고 재생 버튼이 생긴 모습(왼쪽)과 이를 재생한 모습. 바르셀로나=김윤수 기자

또 다른 스타트업 아티젠은 이미 상용화에 성공한 증강현실(AR) 광고 기술을 소개했다. QR코드 인식 후 불가리 잡지에 스마트폰 카메라를 가져다댔더니 표지 이미지가 광고 영상으로 바뀌었다. 영상은 잡지 이미지에 꼭 들어맞는 크기로 재생됐으며 카메라 각도를 이리저리 옮겨도 그에 맞는 위치와 원근감이 구현됐다. 이벤트 페이지로 접속할 수 있는 가상의 아이콘도 AR로 띄워준다. 회사는 불가리 등을 고객사로 두고 이 같은 신개념 광고 솔루션을 판매 중이다.



삼성전자가 MWC 2024에서 처음 공개한 갤럭시링 실물. 바르셀로나=김윤수 기자

XR과 덩달아 웨어러블(착용형) 기기들도 MWC에서 주목받았다. 퀄컴은 자사 반도체 칩이 들어간 스마트 안경들을 전시했다. 메타, 레이벤과 협업한 레이벤 스마트 안경은 디스플레이를 띄어주지는 않았지만 음성인식을 통해 ‘오늘 날씨가 어떻게 돼?’와 같은 질문에 즉각 대답해줬다. 삼성전자가 스마트반지 ‘갤럭시링’의 실물을 최초로 공개하는가 하면 옆 부스의 중국 아너도 스마트반지 개발을 공식화했다.



휴메인의 AI핀. 사진 제공=휴메인

스타트업 휴메인은 이번 MWC에서 SK텔레콤의 러브콜을 받았다. 옷핀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 ‘AI핀’ 개발사다. 음성 명령으로 번역은 물론 사진이나 텍스트를 손바닥 등에 빔프로젝트처럼 띄우는 기능도 가졌다. SK텔레콤은 AI핀에 자사 AI비서 ‘에이닷(A.)’을 탑재해 서비스 고도화를 추진한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MWC 2024가 열린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그란비아 전시장의 레노버 부스에서 한 직원이 모토로라의 밴더블(구부러지는)폰 시제품을 손목에 착용해보고 있다. 바르셀로나=김윤수 기자

그외 레노버의 투명 디스플레이 노트북과 밴더블(구부러지는)폰, 알레프에어로노틱스의 플라잉카, 샤오미의 ‘재롱부리는 개’ 사이버도그 같은 신기술이 MWC에서 소개됐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MWC 2024가 열린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그란비아 전시장의 샤오미 부스에서 '사이버도그2'가 관람객에게 재롱을 부리고 있다. 바르셀로나=김윤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