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의사를 영원한 의료 노예로 만들기 위해 국민 눈을 속이고 있습니다."
3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 참여한 의사들은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 추진을 강력 규탄했다. 참가자들은 ‘의료계와 합의 없는 의대증원 결사반대’, ‘준비 안 된 의대증원 의학교육 훼손된다’ 등 문구가 담긴 피켓을 들고 정부의 정책 추진 철회를 외쳤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대회사에서 정부의 의대증원에 대해 “의사가 절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정책을 ‘의료 개혁’이란 이름으로 일방적인 추진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중생을 구하기 위해 자기 몸을 태워 공양한 등신불처럼 정부가 의료 체계에 덧씌운 억압의 굴레에 항거하고, 의료 노예 삶이 아닌 진정한 의료 주체로서 살아가기 위해 분연히 떨쳐 일어난 전공의의 결정을 지지하고, 정부 탄압으로부터 이들을 지켜내기 위해 우리는 함께 모였다”고 집회의 목적을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전공의를 초법적인 명령으로 압박하고, 회유를 통해 비대위와 갈라치려고 갖은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며 "대화를 말하면서 정원 조정은 불가하다는 정부의 이중성, 그리고 28차례 정책 협의 사실을 주장하다 느닷없이 (의협의) 대표성을 문제 삼는 정부는 말 그대로 의사를 우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이런 의사의 노력을 무시하고 오히려 탄압하려 든다면, 강력한 국민적인 저항에 부딪히고 말 것이라는 사실을 엄중하게 경고한다"면서 회원들에게는 "조용한 의료 체계에 던진 의대 정원 증원이란 큰 파장을 함께 극복하자"고 당부했다.
의협이 '정부 항거 대장정의 시작점'이라고 선포한 이날 집회는 3만여 명(주최 측 추산)이 참석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경찰은 집회 참여 인원을 1만 5000명 정도로 예상했다.
참가자들은 의대 정원 확대와 필수의료패키지를 모두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에 나선 윤용선 바른의료연구소소장 “여기 모인 상당수 의사들은 십수년 뒤 배출될 의사와 전혀 관계 없이 은퇴를 고려하는 의사들”이라며 “대한민국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정부의 의료 정책 추진을) 만천하에 알리고, 의료계가 정부 억압에 맞서는 것을 알리기 위해 나왔다”고 강조했다.
수사당국의 강제수사에 대한 반발도 컸다.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은 이날 집회에서 “대한의학회는 전공의들을 중범죄자 취급하는 윤석열 정권의 폭압적 태도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정부는 전공의들을 향해 ‘면허를 박탈한다' ‘법정최고형을 구형하겠다’ ‘사직서 수리를 금지한다’ '계약포기를 명령한다’ 등 민주주의 국가에서 듣도 보도 못한 폭언을 남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한 성형외과 개원의는 “의사란 집단을 정부가 무식한 집단으로 몰아붙이고 있다”라며 “상대방을 보고 대화해야 하는데 압수수색은 도주 우려가 있는 범죄자 또는 나쁜 사람들에게 하는 건데 이게 맞는 것이냐”라고 따져물었다. 앞서 경찰은 지난 1일 김택우 의협 비상대책위원장(강원도의사회장),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 박명하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서울시의사회장),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노 전 회장 등 의협 전·현직 간부 5명을 대상으로 강제수사에 착수한 바 있다.
경찰은 의협 집회에 대해 엄정대응 방침을 유지했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열리는 '전국 의사 총궐기 대회'에 앞서 집회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준법 집회는 보장하겠으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