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성장 젖줄이 돼야 할 코스닥시장에서 시가총액 1위 기업을 비롯한 대형주들이 잇따라 이탈하고 있다. 연초에 이미 2003년(6건) 이후 코스피 이전 최다 기록을 세울 정도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코스닥이 미래 자금줄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M7)’을 앞세워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아성을 위협하고 글로벌 자금을 빨아들이는 미국 나스닥과는 완전히 다른 ‘2류 시장’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한다.
3일 금융감독원과 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닥에서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했거나 연내 짐을 싸기로 결정한 기업은 에코프로비엠(247540)·포스코DX(022100)·엘앤에프(066970)·HLB(028300) 등 총 4곳이다. 여기에 올 1월 셀트리온(068270)과 합병하면서 사실상 코스피로 자리를 옮긴 셀트리온헬스케어까지 더하면 실질적인 이전 기업은 5곳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 초 시총 상위 6개 기업 중 에코프로(086520)를 제외하고는 모두 코스닥을 떠나게 되면서 시장 전체를 휘청이게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달 2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코스피 이전 상장 안건을 다루는 에코프로비엠은 시총이 26조 원을 넘는 압도적인 코스닥 1등 기업이다. 올 상반기 코스피로 건너가는 HLB도 현재 코스닥 시총 3위 종목이다. 이들 기업은 대부분 코스닥시장을 주도하는 2차전지·바이오 업종으로, 코스피로 이전해 외국인·기관 등 코스피200 편입에 따른 패시브 자금 유입 효과까지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코스닥이 아직도 안정성이 떨어진 채 오락가락하는 테마주 시장으로 인식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풀이된다. 개인투자자들의 강력한 요청도 한 배경이다. 2004년 거래소가 인수한 뒤부터는 단 한 해도 4곳(우선주 제외)보다 많은 기업을 코스피로 넘긴 적이 없다. 2012~2015년과 2020년에는 코스피 이전 사례가 0건이었다. 다만 앞선 사례들을 보면 기대감이 선반영되는 탓에 이전 상장이 주가 상승을 담보하지는 않았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스닥은 인공지능(AI) 외에는 주가 호재도 없고 지수 방향성도 잃은 상태”라고 말했다.